사설·칼럼 >

[fn사설] 수도권 도시화 97%, 무너져 가는 균형발전

통계청, 유엔방식 도시화 현황 발표
지역소멸 막을 강력한 대책 시급해

[fn사설] 수도권 도시화 97%, 무너져 가는 균형발전
전국 통계적 지역분류 비교. (자료=통계청 제공) /사진=뉴시스
전국을 1㎞×1㎞의 격자로 세밀하게 나눠 분석한 결과 수도권의 도시화율이 97.1%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라권은 77.0%, 강원권은 73.9%에 그쳤다. 유소년 100명당 고령인구 수인 노령화지수는 강원이 138.3으로 가장 높았고, 전국 노령화지수는 20년 만에 4배 넘게 높아졌다. 통계청이 유엔이 권고하는 방식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도시화 현황에 담긴 내용이다.

국토의 도시화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통계청의 이번 조사를 보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도시화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이 문제다. 겨우 3%만이 농촌 형태를 띠고 있지 나머지 땅은 도시라는 것이다. 도시 인구 가운데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도 높은 도시화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역대 정권들은 말로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 보니 모두 허언이 되고 말았다. 현재 도시 인구 가운데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수도권 과밀화는 법과 정책을 만들어 놓고도 지키지 않은 정부 책임이 크다. 중요 기업들과 대학, 도로 등 기반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도록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와 학교, 살기 좋은 곳을 찾아 국민들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고 반대로 지방은 공동화를 넘어 소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국토 발전의 불균형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산업단지 조성 등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지역소멸을 막기가 어렵다.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 산업단지에 더 크고 중요한 업종을 유치해야 한다. 울산, 포항, 광양, 창원 등이 지금도 건재한 것은 자동차나 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의 본산이라는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든 것부터 잘못이라는 말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미래 중요한 산업의 단지는 비수도권, 특히 소멸 위험이 큰 지역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

산업이 아니더라도 지역 사정에 따라 관광이나 전통문화 특구를 곳곳에 지정해 개발해야 한다. 가령 천혜의 자연자원을 자랑하는 남해안 관광벨트와 같은 것이다. 지역민이 그 지역을 지키면서도 충분히 잘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소멸지역은 외면하고 수도권만 개발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국토를 점점 더 기형적으로 바꿀 것이다.

더욱이 출산율 하락과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전라권이나 강원권 등은 수십년 후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폐허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저출산·고령화와 국토균형발전, 지역소멸 대책은 서로 연관된 문제다. 중구난방식이 되지 않도록 인구와 국토라는 두 가지 문제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