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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쟁당국, 양대 슈퍼마켓 크로거-앨벗슨스 합병 제소

[파이낸셜뉴스]
미 경쟁당국, 양대 슈퍼마켓 크로거-앨벗슨스 합병 제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6일(현지시간) 미국 1, 2위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와 앨벗슨스 간 합병을 막아달라며 오리건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12일 미시건주 디어본의 크로거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카트에 물건을 잔뜩 싣고 차로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슈퍼마켓 체인간 250억달러(약 33조원)짜리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1, 2위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와 앨벗슨스 간 합병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제소했다.

크로거와 앨벗슨스는 양사가 합병해야 월마트, 아마존 등과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FTC는 두 슈퍼마켓 체인 합병이 경쟁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FTC는 이날 오리건 연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양사가 합병하면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직원들의 임금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반독점에 근거해 양사 합병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FTC는 두 회사가 합병하고 나면 워싱턴, 콜라라도, 기타 주의 슈퍼마켓 수백곳을 매각해 독점 우려를 완화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FTC 경쟁국장 헨리 류는 "미 소비자들의 식료품 가격이 지난 수년 꾸준하게 오르는 가운데 슈퍼마켓 메가합병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국장은 "크로거가 앨벗슨스를 인수하면 일상 식료품 가격이 더 오르고, 미 소비자들의 금전적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반발했다.

앨벗슨스 측은 외려 양사가 합병하면 아마존, 월마트, 코스트코와 경쟁이 강화돼 소비자들에게 더 값 싸게 제품을 공급하고, 직원들의 급여는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식료품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지금도 계속해서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소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 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당한 악재다.

자신이 집권한 뒤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주식시장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떨어지고 있다며 경제치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는 좀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상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체감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FTC가 물가관리를 위해 반독점 칼을 빼들었다.

크로거와 앨벗슨스는 매출 기준으로 각각 미 1, 2위 슈퍼마켓 체인이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본사가 있는 크로거는 매장 수가 2700개가 넘고, 앨벗슨스는 세이프웨이를 비롯해 모두 2300개 가까운 매장이 있다.

FTC가 칼을 빼든 것은 두 업체가 여러 곳에서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 합병이 이같은 경쟁을 무너뜨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두 업체는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남부, 워싱턴, 텍사스주 그리고 일리노이주 시카고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 들어 FTC와 법무부 등 미 양대 경쟁당국은 기업간 대형 합병에 제동을 걸고 있다.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반대해 소송을 냈고,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는 좌절시켰다.

크로거는 250억달러에 앨벗슨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번에 FTC의 소송에 직면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