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주장하며 재판부에 공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27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검찰이 선행 사건의 1심 판결을 어떻게든 뒤집기 위해 원칙을 잠탈(교묘히 빠져나감)해 기소한 것"이라며 "공소권 남용이기 때문에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허용한다면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동일 사건을 수사, 기소해도 된다는 선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검찰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동일 사건을 무한정 기소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곽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실수령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곽 전 의원 부자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공모해 김씨로부터 받은 돈을 아들의 성과급으로 은닉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한 것이다.
곽 전 의원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검찰의 '이중 기소'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뇌물수수 혐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검찰이 동일 사건에 대해 별도로 기소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검찰이 여죄를 남기지 않기 위해 기소를 했다면, 선행 사건 공소장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조치할 수 있었다"며 "별도 기소한 것은 동일한 사실 관계로 1심 판단을 두 번 받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행사건 1심 결론이 상급심에서 바뀌지 않는 한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 인정될 수 없다"면서 "선행사건 판결 결과를 보고 이 사건을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기존에 심리되지 않은, 추가로 확보된 증거가 있기 때문에 입증계획을 통해 밝히도록 하겠다"며 "죄명별, 사건별, 시간 흐름 등을 감안해 병행해서 심리하는 등 선행사건과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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