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준연대' 11일 만에 합당 철회
정치 정체성·주도권 다툼이 원인
구태 정치로 빅텐트 동력만 상실
이낙연, 민주당 공천 파동에 기대
이준석, 김종인 합류로 안정 찾아
군소 정당·인물 한계, 파괴력 의문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왼쪽 사진)가 지난 4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창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왼쪽)·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오른쪽)·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성급한 통합과 이른 결별은 제3지대가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리라는 기대를 많이 사라지게 했다는 평가를 불러왔다. 이낙연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에 따른 탈당파 집단 합류를 기대하고,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김종인 매직’에 희망을 걸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기대 모은 빅텐트, 11일 만의 해체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제3지대는 크게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으로 양분돼 있다.
22대 총선 제3지대론은 각자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낙연 공동대표·이준석 대표의 지난해 말 탈당 가능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낙연 공동대표는 지난 1월 각각 탈당과 신당 추진을 선언했다.
이후 제3지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빅텐트’ 성사 여부였다. 거대 양당의 대안 세력이 한데 모이고 ‘기호 3번’을 받아 무당층의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빅텐트 찬성 논리였다. 2016년 국민의당 등 이전 제3지대 성공 사례에 비해 지역 기반 등이 다져지지 않은 만큼 빅텐트는 제3지대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당초의 정치적 정체성이 상이한 세력들이 섞여 들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공개·비공개 논의가 오간 끝에 양측을 포함한 제3지대 제 세력은 설 연휴 첫날이던 지난 9일 합당을 전격 발표했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하고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체제에 이낙연 공동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빅텐트는 불과 11일 만에 무너짐으로써 처음부터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흑역사’로 남게 됐다.
파국의 전조는 통합 선언 직후부터 시작돼 좀처럼 진정될 줄 모르던, 기존 개혁신당 지지층의 강도 높은 반발과 이탈이었다.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등 다른 세력에서 합류한, 기존 개혁신당 지지층이 보기에 정치적 정체성이 이질적인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외로 컸다. 이는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간 주도권 다툼 논란으로까지 번졌고, 결국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정책 결정권 등을 위임하는 안건이 새로운미래 측 보이콧 끝에 최고위원회의를 통과한 사건이 결별의 결정타가 됐다.
이 사건에서 거대 양당 못지않은 구태 정치를 보여 줌으로써 제3지대 전체가 크게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은 각각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20석을 최소 목표 의석수로 삼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나 비례대표 의석을 2~3석 정도 확보하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미래, 민주 공천 파동에 주목
비록 상처는 깊지만 제3지대에 기회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재 민주당의 극한 공천 파동 상황이 ‘진짜 민주당’을 자임하는 새로운미래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의정 활동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영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에서는 정당 민주주의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에 진정한 민주주의 정당을 새롭게 꿈꾼다”며 민주당 탈당과 새로운미래 합류를 선언했다.
여기에 이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에서 전략공천배제(컷오프)되고, 고민정 최고위원이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히며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비판을 받는 공천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조만간 비명계 탈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새로운미래로) 자꾸 붙는다는 사실은 기호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라며 “바람만 타면 기호 3번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가 ‘기호 효과’(유권자가 후보자 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없지만 투표를 해야 한다면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기재돼 있는 후보의 순서, 즉 기호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의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 소장도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의원들이 얼마나 결합하느냐에 따라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다만 제3지대는 6석의 정의당뿐 아니라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등과도 기호 3번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개혁신당에 대한 전망은 좀 더 좋지 않은 편이다. 새로운미래와 달리 개혁신당에는 반사 이익을 노릴 만한 대상이 없는 것이 주된 이유다. 현재 국민의힘 공천은 민주당에 비하면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엄 소장은 “지금 국민의힘 강세가 확산하고 있어 설사 컷오프된다 하더라도 개혁신당으로 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짚었다.
개혁신당은 최근 거대 양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다수 선거를 성공적으로 지휘한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합류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분위기다. 하지만 ‘가지치기 전문가’인 김 위원장이 칠 가지가 없는, 스타트업 같은 정당에서도 이전과 같은 활약을 보여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권자 표심을 봐도 거대 양당 쪽으로의 총결집이 가속화하고 있어 군소 정당으로서 특별한 묘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엄 소장은 “(개혁신당이 김 위원장 영입으로) 흔들리던 정체성도 바로잡고 안정화가 됐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역구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인물이 그렇게 많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며 “결국 비례대표에 초점을 맞추고 교차 투표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 싶다. 잘한다면 (정당 득표율이) 7% 내외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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