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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작성부터 해외 법률문 번역까지… 신입 변호사가 하던 일 AI가 척척 [법조계도 AI시대]

(上) 변호사 업무 대체할까
대형로펌들 단순업무 자동화 확대
맞춤형 번역모델 자체개발하기도
법률+기술 '리걸테크' 급성장
부서 따로 두거나 스타트업과 협업
챗봇 법률상담 등 영역 확장 중

의견서 작성부터 해외 법률문 번역까지… 신입 변호사가 하던 일 AI가 척척 [법조계도 AI시대]
법률시장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AI로 의견서, 소장 작성부터 법률문서 번역 등이 가능해지면서 변호사 업무를 일부 대체할 수 있게 돼서다. 기술 발달로 AI의 활용범위가 확대되면서 리걸테크(법률+기술)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등 대형 로펌들은 번역 등의 단순업무를 상당부분 AI에 넘기고 단순반복적인 서류처리 업무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도입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다. 일부 저연차 변호사들이 해오던 단순반복 업무를 줄여 송무와 컨설팅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RPA에 단순업무 넘기고 자체 번역솔루션도 개발

현재 광장, 태평양, 세종 등은 RPA를 활용해 단순반복 업무를 확 줄였다. RPA를 통해 송무사건을 검색하는 등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인 업무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사실상 '디지털 비서'가 생긴 셈이다. AI를 활용한 번역툴 마련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국적기업 및 외국 로펌들과의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AI 번역 솔루션으로 판결문, 계약서 등 법률문서를 신속하게 번역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다.

광장, 태평양 등은 자체 AI 번역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챗GPT, 딥엘, 파파고, 구글 등과 같은 범용 번역솔루션은 일반적인 문장번역에는 사용할 수 있지만, 정확하고 특화된 용어 사용이 필요한 법률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문서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칫 외부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내부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번역솔루션'을 구축하는 분위기다. 내부 정보를 사용하면 정보보안은 물론 전문성 있는 번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은 포렌식 서비스 강화에도 중점을 두고 AI 기술을 활용한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제시) 문서 검토, AI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한 음성기록 검토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주일에 100만건 이상의 문서 검토가 가능해졌다.

■AI가 서면 작성하고 챗봇이 법률상담

AI가 직접 서면을 작성하거나 법률상담 등의 업무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율촌은 내부에 리걸테크 연구개발 부서 'e율촌'을 운영하고 있다. 율촌은 추후 자연어 생성 AI를 통한 한국어 법률서비스를 중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해 법률 데이터 검색, 법률문서 생성 등을 돕는 법률 AI 구축도 추진 중이다.

대륙아주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넥서스AI와 'AI 법률상담 챗봇'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넥서스AI의 기술을 기반으로 대륙아주의 소송, 자문 사례와 전문변호사들의 답변을 통해 AI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YK는 올해 상반기 디지털콘텐츠(DC)센터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자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국내 법률환경에 맞춰 필수정보를 입력하면 법률 관련 서면을 AI로 작성해 업무효율과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결문을 검색하고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법률시장에서도 AI의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변호사들의 업무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의뢰인들도 균등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