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빌니의 장례식이 거행된 1일(현지시간) 그의 시신이 안장된 모스크바 인근 보리소프스키 묘지로 향하는 길이 문상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북적거리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이날 장례식을 통제하고 지지자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러시아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추도식이 열려 수만명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반대 구호를 외쳤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지만 감옥에서 의문사한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에 지지자 수만명이 몰려들었다.
러시아 당국이 시민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지만 지지자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수만명이 모여 나발니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푸틴은 살인자" "푸틴 없는 러시아"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1일(이하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나발니 장례식에는 당국의 압력 속에서도 시민 수천명이 몰려들었다.
FT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대 시위대가 모였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당국이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대규모로 모여 푸틴 대통령 반대 구호를 외쳤다.
러시아 곳곳에서 체포가 이어졌다.
러시아 독립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모스크바에서만 6명이 체포됐다. 또 러시아 전역에서 나발니 추도식이 거행된 가운데 추가로 39명이 체포됐다. 나빌니가 사망한 교도소가 있는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추도식에서 체포된 이들이 많았다.
장례미사는 나발니가 2020년 러시아 정보기관이 주로 사용하는 독극물인 신경제 노비초크에 중독되기 전 수년을 살았던 모스크바 교외 마리노의 '내 상처를 보듬어주소서'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서 열렸다. 나발니는 인근 보리소프스키 묘지에 안장됐다.
시위진압 경찰은 성당과 묘지 접근을 통제했다. 나발니 측은 크렘린이 나발니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표명을 통제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비판했다. 크렘린은 러시아 대통령궁을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푸틴의 압박 속에서도 시민들은 성당 안팎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한 문상객에 따르면 묘지로 가는 길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이 목격자는 문상객들이 꽃을 들기는 했지만 장례식 분위기 대신 정치적인 기운이 더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수많은 이들로부터...그저 영감을 얻는 것만으로도 올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고르라는 이 문상객은 이어 "당국은 사람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오늘 이 자리에는 수만명이 모여든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고르가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 주변 시민들은 "나발니" "푸틴은 살인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FT는 나발니 장례미사가 치러진 러시아정교회 성당에 그의 양친을 비롯한 소규모 인원만 참석이 허락됐다면서 그의 가족 대부분은 당국을 피해 도피 중이어서 장례미사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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