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증시 활황세 속에 기술업체들이 저금리로 돈을 빌리는 대신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이를 주식으로 바꿔주는 전환사채(CB)를 대거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B발행 급증은 주식시장 활황세가 이제 끝물이라고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로 간주되기도 한다. 로이터뉴스1
뉴욕증시 기술업체들이 기술주 폭등세를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일정 조건에 도달하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싼 값에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다.
2월 한달 발행규모만 74억달러(약 9조8800억원)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LSEG 자료를 인용해 CB 발행 규모가 74억달러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기술업체들과 핀텍업체들이 CB발행 75%를 차지했다.
올들어 주가가 3배 넘게 폭등한 인공지능(AI) 서버·데이터센터 구축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CB 발행으로 17억달러(약 2조2700억원)를 무이자로 빌렸다. SMCI는 신용등급이 없어 일반적인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주가 폭등을 싼 값에 자본을 조달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했다.
차량공유업체 리프트도 4억6000만달러를 CB 발행으로 조달했다. 올해 주가가 35% 폭등하자 CB발행으로 부족한 자본을 보충하기로 했다.
SMCI와 달리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거의 무이자에 가까웠다.
FT에 따르면 SMCI와 리프트 CB 발행은 무이자, 또는 무이자에 가까운 초저금리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았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인베스트먼츠 포트폴리오매니저 존 매클레인은 "시장 거품, 특히 주식시장 거품이 상당수 기업들에 공짜점심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CB는 일반 채권처럼 초기에는 사전에 정한 이자를 지급하지만 주가가 상승해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를 주식으로 바꿔주는 채권이다.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기업들은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매클레인은 지금 흐름이 주가가 폭등하던 2020~2021년 상황을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2년말부터 2021년초 주식시장과 이후의 CB시장 흐름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CB 발행 증가는 증시 상승세가 이제 고점에 이르렀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자사 주식 밸류에이션이 고점을 찍었다고 기업들이 판단할 때 신주발행 대신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CB로 갈아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도 주식 공급물량 확대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이 비교적 크지 않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이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을 때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상당수 기업들이 제로금리로 CB를 발행했지만 주식으로 전환한 경우는 주가가 50% 넘게 올랐을 때였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주택공유업체 에어비앤비였다. 에어비엔비는 주가가 70% 넘게 오르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반면 2월 발행때에는 좀 달랐다.
지난달 기업들은 대개 주가가 25~30% 오르면 CB를 주식으로 바꿔주도록 하고 자본을 조달했다. 이는 이전 평균 수준이다.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제 끝물이라고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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