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움츠러든 내수
지난달 실적BSI 3년5개월來 최저
한은 올해 민간소비 1.9%→1.6%
"금리 조기인하 가능성 배제 못해"
수출이 올 2월까지 5개월째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는 악화일로다. 기업 체감경기는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극심한 소비부진이 21년 전 카드사태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내수부진에다 수출회복에 따른 효과도 줄고 있다.
3일 한국은행과 민관 경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올 내수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성장률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보거나 상향 조정했지만 내수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1.9%로 예상했던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민간소비 전망치를 종전 대비 0.1%p 내린 1.7%로 최근 수정 제시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보다 올해 소비 성장률이 되레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8%에서 올해 1.5%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민간소비 전망치를 낮춘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상품소비와 서비스소비 둘 다 좋지 않지만 고금리에 민감한 상품소비가 특히 더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도 최근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위험노출)를 감안한 금리상승의 소비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소비 증가율은 0.32%p 하락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기업 현장에서 산출되는 지표들도 냉랭한 내수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전 산업 업황 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2월 68로 전월보다 1p 하락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하던 2020년 9월(64) 이후 최저치다. BSI가 100을 밑도는 폭이 클수록 경기흐름에 부정적이다.
내수부진이 반도체 등 수출회복세에 따른 기대감까지 삼켜버린 셈이다. 여기에다 내수·소비·고용에 영향이 큰 건설업의 체감경기 역시 좋지 않다. 내수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또 다른 근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분석보고서에서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 지수 등을 감안했을 때 과거 카드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 못지 않게 소비부진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지수는 재작년보다 1.4% 줄었다고 밝혔다. 카드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0.3%)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초다.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는 현재 경제상황도 당시와 비슷하다.
예상보다 내수부진이 심각해지면서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을 했다. 다만 금통위 위원 한 명이 "3개월 후 금리 수준에 대해 지금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소수 의견은) 내수부진 자체에 대해 사전대응을 하기 위해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수회복 지연에 따른 국내 경기부진을 감안해 한은이 현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향후 15개월 동안 점진적으로 2.5%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수출은 회복세지만 내수회복은 더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정책방향을 "조속한 물가안정 기조 안착과 민생·내수 취약부문으로의 회복세 확산에 최우선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