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40배, 초동 수사 미흡
경찰 "강제적 소재 파악 안돼"
신속 수사 법안은 폐기 가능성
#. 지난달 29일 경북 영주시의 한 야산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8일 외출 후 연락이 끊겨 가족에 의해 실종 신고가 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위치 추적 등으로 소재 파악에 나서 집 인근의 야산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성인 실종 사건이 매년 5만건 이상 접수되는 가운데 사망한 채 발견된 인원도 매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과 노인에 비해 성인은 실종돼도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실종 사건의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해서 경찰의 신속 수사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종 성인 사망자 수, 아동 40배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만 18세 이상 성인 실종 신고 건수는 5만3416건이었다. 이 중 1084명(2.05%)의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된 성인 중 숨진 채 발견된 인원은 매년 1000명 수준을 넘고 있다. 지난 2019년 1696명, 2020년 1710명, 2021년 1445명, 2022년 1200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동안 전체 실종자가 25만3768명으로 약 2.8%(7134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 아동 실종의 경우 최근 5년간 12만120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는데, 사망한 비율은 0.07%(87명)뿐이었다. 아동 대비 성인의 사망비율이 40배나 높은 셈이다.
성인 실종에서 사망자 수가 유독 많은 데는 아동 실종 상황처럼 경찰의 신속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치 추적 등 경찰이 적극적인 실종 수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은 만 18살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에 한정된다. 만 18세 이상 성인은 실종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이 강제로 소재 파악에 나설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자의 경우 범죄 상황에 대한 목격 진술이 있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위치 추적 등 통신 자료와 금융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다"며 "영장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종법 제정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성인 실종도 경찰 신속 수사가 가능하도록 근거를 담은 '실종 성인의 발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이 추진됐지만 국회에 계류중이다. 21대 국회에 관련 법안 2건이 발의 됐다. 하지만 소관위인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법이 채무 등을 피해 숨어든 이들을 찾는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고, 성인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소재 파악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1년 성인 818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1.7%는 "갑자기 큰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타인의 도움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여러 사안의 위험성 여부를 판단해 수사에 착수한다"며 "실종법 제정 등을 통해 성인 실종 과정에서 골든 타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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