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직접운영 방식 벗어나
적기 매각 통한 차익실현 추진
"미래성장동력 재투자 여건 조성"
한국전력이 '해외사업 탈탄소화 중장기 전략' 이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발표한 이 계획은 오는 2050년까지 해외사업의 화석연료 '제로화'를 추진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탄소중립 분야를 중점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한전은 석탄화력 매각 등을 통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그린에너지로의 전환과 재정 건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해외에서 18개국 39개 사업을 통해 2만8495㎿ 규모의 발전설비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는 석탄화력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설비도 포함하고 있다.
기존에 한전은 장기투자 및 직접운영에 초점을 맞춰 해외사업을 운용하고, 이를 통해 배당수익을 얻는 방식을 택해왔다. 하지만 바뀐 사업방식은 중단기 운영과 사업 계약상 매각제한 해제시점에 맞춰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를 통해 조기 투자회수, 매각가치 고점에 적극적 자산합리화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계획과 연계해 매각을 추진 중인 해외사업은 △필리핀 세부 사업 지분 전량(석탄·60%) △필리핀 SPC 사업 지분 전량(석탄·40%) △요르단 알카트라나 사업 일부 지분(가스·29%) △요르단 푸제이즈 사업 일부 지분(풍력·40%) △필리핀 칼라타간 지분 전량(태양광·38%) 등 다섯 곳에 이른다.
필리핀 세부 석탄발전사업은 보유지분 전량을 2024년까지 매각하는 게 목표다. 지난 2월 16일 세부 사업 매각을 위한 공고를 게시했다. 세부화력발전소는 한전이 2011년 필리핀 현지 전력회사(SPC)와 합작회사(KSPC)를 설립해 준공했다. 총사업비는 4억5100만달러가 투입됐으며 이 중 한전은 약 8000만달러를 출자해 합작회사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다. 200㎿급의 세부 발전소는 필리핀 비사야스 지역의 네그로섬과 세부섬 지역에 전력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사업과 푸제이즈 풍력발전사업의 일부 지분 역시 올해까지 매각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지난 2월 매각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소는 373㎿ 규모로 2012년 준공되었고, 암만 남쪽 90㎞에 위치하고 있다. 한전은 약 9600만달러를 투입하고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알카트라나 발전소 수주를 계기로 한전은 처음으로 중동에 진출했었다.
푸제이즈 풍력발전소는 89.1㎿ 규모로 2019년 준공됐고 암만 남쪽 160㎞에 위치하고 있다.
한전은 약 7400만달러를 투입하고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한전이 중동에서 추진한 최초의 재생에너지 사업이기도 하다.
한전 관계자는 "앞으로 한전은 재생에너지, 수소 등 신성장사업을 통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현 및 당사의 탈탄소화 목표 달성을 통해 정부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하고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매각으로 조기 회수되는 자금을 통해 한전 재무개선에 기여하고 원전,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등 미래성장동력 투자를 위한 재무적 여건을 확보해 신기술·신사업 기회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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