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원·달러 환율에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대만을 1년 만에 추월했으나 여전히 3만3000달러대 후반에 그치며 7년 연속 '3만달러 박스권'에 갇혔다. 최근 환율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라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GNI는 지난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달러대에 진입한 뒤로 지난해에도 3만3745달러를 기록하며 7년 연속 3만달러대에 머물렀다. 20년 만에 대만(3만3299달러)에 역전당한 지난 2022년(3만2886달러)에 이어서는 2년 연속 3만5000달러 밑이다.
앞서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만달러를 넘어선 2006년 이후 11년 만인 지난 2017년(3만1734달러)에 처음 3만달러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2004달러) 2년 연속 줄었다. 그러다 원화 값이 반등하면서 2021년 3년 만에 상승했으나 지난 2022년 교역조건 악화와 원화약세로 다시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는 원·달러 환율 상승률(1.1%)이 지난 2022년(12.9%)에 비해 크게 낮아지면서 국민소득이 소폭 반등했다.
문제는 정부의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이 한은의 예상보다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은은 2023년과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각각 1.6%, 2.4% 안팎을 기록하고 환율이 과거 10년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머지않아 4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성장률은 1.4%에 그쳤고, 환율도 1300원대로 훨씬 높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2%대에 머무는 등 성장동력 자체도 저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에서 2021~2022년 2%로 20년 만에 절반 넘게 줄었다.
향후 생산가능연령(15~64세) 인구가 줄어들 경우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 정도로 보고 있다"며 "고령화 문제를 잘못 다루면 잠재성장률이 음의 숫자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월 저출산 및 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2050년에 국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확률이 68%에 달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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