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태국 트랜스젠더와 필리핀 트랜스젠더의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파이낸셜뉴스] 태국에서 태국 트랜스젠더와 필리핀 트랜스젠더의 충돌이 발생했다고 방콕포스트, BNN 등 현지 언론이 5일 보도했다.
해당 충돌은 전날 태국 방콕에서 20명 정도의 필리핀 트랜스젠더가 4명의 태국 트랜스젠더을 조롱하면서 시작됐다.
필리핀 트랜스젠더들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태국인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가했다. 해당 트랜스젠더들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이들로 알려졌다. 태국 경찰에 따르면 양국 트랜스젠더들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지자 신상털기가 시작됐고 필리핀인들이 묵는 호텔로 수백명에 달하는 태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태국인들이 가해자를 찾아 폭행을 가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현지 매체들은 태국인들은 민족주의적 감정에 휩싸여 “태국!”,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경찰이 출동해 필리핀 트랜스젠더 보호에 나섰지만 태국인들은 필리핀인에게 병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태국인 중 일부는 경찰 라인을 뚫고 흰색 후드티와 검은 안경을 쓴 필리핀인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이 가까스로 양측 모두를 경찰서로 이송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경찰은 배후에 연루된 별도 조직이 있는지 등 이번 사건과 연루된 사람을 최대한 많이 찾아낼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지에서는 단순히 트랜스젠더간의 충돌을 넘어 다문화사회에서 고조되는 태국의 민족주의 감정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BNN은 “이 사건은 다문화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근본적인 긴장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방콕의 다양한 커뮤니티 간의 대화와 이해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파빈 차차발퐁푼 교토대학교 동남아 연구센터 부교수는 “푸켓에서 현지인들이 모여 스위스 관광객 추방을 요구하는 사건을 비롯한 최근 사건들은 외국의 침입을 거부하는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적 조치를 통해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러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과제는 공동체 내에서 평화로운 공존과 이웃 관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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