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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 특징 잘 보여준 전인대 개막식

독자적 첨단과학 기술 생태계 구축 등 지향점 강조


시진핑 시대 특징 잘 보여준 전인대 개막식
5일 전인대 개회식 개막 직전 인민대회당 대회의실 주 출입구 앞을 안내원들이 참석자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석우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베이징의 한 복판 인민대회당에서 5일 개막된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시진핑 시대의 지향점과 특징, 그리고 중국의 체계잡힌 일사분란함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시진핑 정부가 '시진핑 1강 체제' 속에서 2대 경제대국으로서의 이룬 성취와 나아갈 목표를 국민들과 세계에 발신하고 강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바코드와 안면인식 등으로 신속하고 간결하게 이뤄진 출입 관리는 중국이 자랑하는 디지털인프라의 성취를 새삼 실감케 했다.

정기국회 격인 전인대의 개막식이던 5일. 베이징의 한 가운데인 톈안먼 광장 안에 위치한 행사장 인민대회당과 주변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붉은 깃발들이 진눈깨비 속에서도 힘차게 나부꼈다.

인민대회당 주변의 교통 통제로 대부분의 기자들은 시내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중국 당국이 마련한 대형 버스를 타고 톈안먼 광장 안까지 들어오거나, 행사장에서 1000m가량 떨어진 곳부터 차에서 내려 걸어 입장했다.

바코드와 안면 인식 등으로 간단 신속하게 입장

시진핑 시대 특징 잘 보여준 전인대 개막식
전인대 행사장인 인민대회당과 이어져 있는 톈안먼 광장 앞에서 5일 아침 경비원들이 출입자들의 출입증 바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이석우특파원

톈안먼 광장 입구에 세워진 차단막에 서 있던 경찰관은 기자의 대회 출입증에 인쇄돼 있는 바코드를 터치한 뒤 바로 입장시켰다. 인민대회당 출입구를 기자가 통과하자 앞 쪽 스크린에 기자의 얼굴 사진이 나왔다. 출입증과 스크린이 연동되고 있었다. 3000명이나 되는 기자들이 등록하고, 전인대 대표들만도 2900명 가까이 됐지만, 긴 줄서기 없이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인민대회당 1층 로비는 오전 8시도 되기 전에 기자와 참석자들로 가득했다. 로비 한쪽에 마련된 '레드카펫' 을 둘러싸고 개막식에 앞서 오전 8시부터 30여분 가량 출근길 문답으로 불리는 '도어스테핑'이 전인대 일반 대표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퉁웨 치루이(체리)자동차 회장, 가오지판 톈허광넝 대표, 가오중창 공군항공병 부참모장, 류촨젠 중국민용항공비행학원 기장, 항칸 윈강연구원장, 허위링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안양분소 부소장 등 6명이 '(전인대) 대표통로'에 선 자세로 기자들과 약식 문답을 주고 받았다.

기자들은 누가 이 즉석 인터뷰장인 대표통로에 나올 지 사전에 알지 못했지만 이날 '엄선된 6명'은 시진핑의 신시대가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과 목표를 잘 보여줬다. 대표적인 국영 전기자동차(EV)회사인 치루이 자동차 회장, 태양광과 자동제어 최첨단 충전기기들을 제조하는 톈허광넝 대표. 신흥미래산업에 대한 육성, 디지털기술과 실물경제의 심층적인 융합을 통한 디지털경제의 혁신적 발전 등 이날 리 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강조된 산업 분야의 지향점을 이 두 회사 대표들은 잘 설명했다. 가오 톈허광넝 대표는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자립 등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첨단기술의 자체개발과 독립에 대한 성과를 자랑했다.

이어 나란히 서서 인터뷰에 응한 두 고고학자들은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유구한 역사와 위대한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속에서 중국 문명의 원류에 대한 보호와 연구 성과를 전했다. 허위링 부소장은 중화문명의 원류라는 은허지역에 대한 발굴연구 성과를 부각시켰고, 항칸 원장은 윈강 석굴 보호와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두 항공인들은 영공 수호와 안전 확보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전했다.

시진핑 시대 특징 잘 보여준 전인대 개막식
전인대 개막식에 앞서 5일 인민대회당 1층 로비에 마련된 즉석 인터뷰 자리에 내외신기자들이 전인대 대표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석우특파원

리창 총리, 중화민족주의 내세운 시진핑 문화사상 강조

이날 리창 총리는 '시진핑 문화사상'을 깊이있게 학습하고 관철할 것을 강조하면서 전국문화재 전면조사, 무형문화 유산에 대한 보호와 전승 계획 등 중화민족의 위대성을 드러내고 응징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밝혔다.

1층 로비의 '대표통로'는 개막식 직후에는 장관들이 나와 선 채로 답변하는 '부장통로'로 바뀌었다. 과학기술부·수리부·농업농촌부 등 3명의 장관이 그동안의 과학기술의 돌파와 성과, 중국 전역을 연결하는 수리 시설 건설, 양식 안전의 강조 속에서 사상 최대의 양식 수확량 등을 강조하면서 시진핑 정부의 성과와 목표를 전세계에 발신했다.

이날 부장 통로에서 선 인허쥔 과학기술부장은 기술 자립을 누차 강조하면서 과학 영재와 전국 주요 연구실에 대한 육성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날 재정부의 전인대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올 과학기술 예산을 지난해보다 10% 늘린 3708억위안(약 68조661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책정했다. 리 총리는 이와 관련, "과학기술에 대한 자립과 자강력을 높이기 위해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전국적인 자원 동원을 위한 새 시스템의 강점을 활용해 혁신 역량을 전면적으로 높일 것"이라면서 '신형 거국체제'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개발 강화,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등 주요 과학기술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등도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서 강조됐다. AI와 양자컴퓨팅, 반도체 등에 대해 미국이 대중국 투자를 막고 있는 첨단기술 수출 통제 조치 속에서 과학기술 자립은 시진핑 주석의 주요한 화두가 된 상태이다. 리 창 총리도 이날 고품질 발전과 첨단 과학기술의 자립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개막식 내내 해외 언론인들의 중국의 성장률 목표 등 경제 정책에 주로 관심을 뒀지만, 중국 당국자들은 과학기술의 자립과 공급망 및 산업생태계 전략에 대한 방향과 자신감을 역설하고 있었다.

시진핑 시대 특징 잘 보여준 전인대 개막식
5일 기자가 전인대 개막식 취재를 위해 인민대회당 입구에 들어서자 출입 게시판에 출입자의 이름과 사진이 자동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석우특파원

시진핑을 핵심으로 한 당의 영도 강조

시진핑 시대 특징 잘 보여준 전인대 개막식
인민대회당이 바라다 보이는 톈안먼 광장에서 5일 한 중국 방송기자가 전인대 개막식을 보도하고 있다. 이석우특파원

도어스테핑은 코로나 기간 화상으로 진행됐다가 지난해 '위드코로나' 선언과 함께 대면으로 재개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일부 취재진에게만 전인대 개막식을 공개해 올해는 모든 취재진을 다 받아준 3년만의 첫 회의였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장쑤성 전인대 대표단을 만나 자리에서 "'고품질 발전'과 현대화를 촉진하는 데 강력한 동력을 계속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리 총리는 윈난성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과 당 중앙위원회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 보고를 비롯해 여러 자리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강한 영도 아래"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해 사용하면서 시진핑 1강 체제를 다시 확인시켰다.

오는 11일로 예정인 국무원 조직법 개정안 심의와 관련, 리훙중 전인대 부위원장은 이날 "국무원이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을 견지하고 당과 국가의 지도 사상, 특히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개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당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만큼 정부 수장인 총리 위상은 낮아지게 된다.

전인대는 오는 11일 폐막한다. 예년보다 사흘 정도 일정이 단축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중국 전역에서 국회의원 격인 대표 2872명이 참석해 리창 총리의 업무 보고를 듣고, 지역별, 직능별 토론회 등을 가졌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