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공천과 총선 정국 빠지며 민생법안 방치
고준위방폐법·산은법·자본시장법 등
민생법안 여야 다툼 속 상임위 계류
21대 국회, '일 안하는 식물국회' 평가 우려도
與野 "총선 끝나고 민생법안 처리할 것" 강조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공천작업을 서두르며 총선 정국에 올인하느라 정작 중요한 민생법안 처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는 5월 말까지지만, 여야가 총선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주요 민생법안이 사실상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마지막까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들의 경우 법안심사와 본회의 처리에 여야 지도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방사성 폐기물의 영구처분 시설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방폐법)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다양한 민생법안이 여야 대립과 정부의 반대로 각 상임위에 먼지만 쌓인 채 계류중이다.
고준위 방폐법은 1년이 넘도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고준위 방폐법을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 규정하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여당은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중이다.
다만 여야 산자위 관계자들은 '4월 총선 후 심사후 처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 산자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오는 5월에 여야 합의아래 순화된 내용으로 정리해서 갈 것"이라고 밝혔고, 야당 산자위 관계자도 "민주당에서도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고 크게 반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승패에 따라 여야가 '참패 책임론'으로 인한 극심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데다 낙선한 현역의 경우 상임위 법안 심사 등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어 21대 국회 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무위원회에선 산은법 개정안과 공매도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을 두고 여야가 지금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두 법안이 정쟁을 위한 '정치공세용'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소속 한 정무위 의원은 "산은법 개정안은 정치공세다. 여당이 수도권에 집중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자본시장법도 새로운 내용이 없고 법을 바꿀 상황이 전혀 아니다. 여당이 오는 6월에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것을 보면 말도 안되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두 법 모두 민생안정에 꼭 필요한 법이라는 입장이다.
여당 소속 한 정무위 의원은 "산은법 개정안은 신용보증기금이나 한국거래소 등 지방이전을 한 기업을 봤을 때 본사의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서울로 돌아왔을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은 효율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정성 문제도 봐야한다. 기관과 외국인, 개인 사이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여야 합의에도 불구, 정부 부처의 반대로 계류중인 법안도 대기중이다.
문화 산업의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문화산업유통공정법은 여야가 처리에 합의했지만 정부 부처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관련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기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최종 합의가 쉽지 않다.
문체위 관계자는 "이견 해소를 위해 반려한 상태지만 수정한다고 해도 또 다른 기관에서 반발해 모두 만족할만한 안이 나오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창작자의 추가보상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등은 관련 업계와 정부 부처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생'을 외치며 표심잡기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는 소극적인 이율배반적인 양태를 띠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총선이후 상임위 법안심사 등을 거쳐 본회의 처리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결국 21대 국회도 무능한 식물국회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여야는 4·10 총선 후 5월부터 순차적으로 계류된 민생법안 처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당측은 "총선이 끝난 5월에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야당측도 "총선이 정당의 명운을 가를 것인 만큼 총선이 끝나봐야 (법안처리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