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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학생 만난 은행원들 "고액 송금 알바 광고 주의하세요"

우리·신한은행, 캠퍼스 금융 교육
환전·송금·예금 기본 내용부터
유학생 금융사기 예방법 등 다뤄
"통장 다른사람에 빌려주면 처벌"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들도 소개

中 유학생 만난 은행원들 "고액 송금 알바 광고 주의하세요"
우리은행이 6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금융 사고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어학당 입학 전 같이 일하던 친구들의 부탁으로 환전을 해주거나 송금을 해준 적이 있는데 단순한 송금도 보이스피싱범을 도와주는 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놀랐다." -중국인 유학생 췌이시안(23)

6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한국어학당 대강당에 중국인 유학생 5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주최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금융 사고 예방 이야기'강연을 들었다. 강연자로 나선 장서연 우리은행 대리는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대포통장'을 유통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대포통장을 만들어 빌려주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장이나 카드를 분실하면 즉시 계좌를 발급한 은행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우리은행이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개강 첫 주부터 금융사고 특강을 개최한 이유는 유학생이 연루된 금융사기의 90%가량이 환치기 사기여서다. 유학생들이 범죄인지 모르고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장 대리는 "고액 알바라는 SNS 공고나 광고에 속아 대신 송금해주는 것은 위법 행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빠르고 간편하게 위안화를 원화로 환율보다 비싸게 바꿔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강연은 환전, 송금, 예금 인출 같은 기본적인 금융 활동 교육으로 시작해 금융 사기 범죄 연루 방지로 이어졌다. 중국 대사관 직원이나 택배 기사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 피해 사례도 소개됐다. 전화나 문자를 통해 악성 코드에 감염될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돼 2차 범죄에 이용당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14일까지 서강대, 가톨릭대 등에서도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중국인은 물론 모든 유학생을 대상으로 금융 생활 자문과 '상담 핫라인'을 제공해 외국인 유학생 사기방지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변순각 우리은행 소비자지원부장은 "교육을 들은 유학생들이 슬기로운 금융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면서 "고도화되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에 발맞춰 강의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정기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달 28일 한양대에서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유학생 여러분 한순간에 범죄자가 될 수 있다. 불법 환거래(환치기), 보이스피싱 사기에 유학생이 연루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유의사항을 안내한다'는 내용을 중국어로 적은 유인물을 나눠줬다. 중국인 유학생이 불법환전상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해 범죄를 사전에 막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개강 초마다 동국대, 홍익대, 건국대, 경북대에서 예방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 보이스피싱 사건이 위챗 등에서 자주 발생해 이를 예방하고자 중국어 교육을 진행했다"면서 "대학교 측에서도 매 학기마다 외국인 유학생 보이스피싱 사기로 애를 먹고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됐으며, 신한은행은 수도권 대상 교육에서 지역을 확장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사기성 계좌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금융사고 예방교육에 나서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FDS 체계 고도화 등을 주문하고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해 자체 교육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면서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사전적으로 교육해 예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