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 의대증원 저지 소송 제기
가처분 인용 땐 증원 절차 차질
법조계는 '기각 가능성' 무게
교수협의회 참석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6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수들이 교수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부터 의대 신입생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것을 두고 촉발된 의료계와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가처분 소송이 법원에서 인용될 경우 정부 정책이 발목을 잡히게 된다. 전국 의대들이 5월 말까지 입시요강을 마련하는 데도 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33개 의과대 교수협이 제기한 '의대증원' 저지 소송은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가 운영 중인 로펌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가 맡았다. 이 변호사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된 가처분 소송 변호를 맡기도 했지만 성공보수 지급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힘 4·10 총선 경남 김해을 후보인 조해진 의원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처분 소송이 인용되면 자칫 정부가 추진한 내년도 2000명 의대생 증원 정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면 정부의 의대생 증원정책은 법적 타당성까지 확보하면서 날개를 달게 된다.
의료계는 각종 법적 조치를 통해 의대생 증원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공의 집단사직, 의대생 수업거부 및 휴학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사직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책을 꺾지 않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일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2025년 의대 2000명 증원처분 및 후속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사안의 시급성이 인정될 경우 7일 내로 소송기일이 잡히게 된다. 하지만 가처분 소송 기일은 통상 4주까지 걸릴 수도 있어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교육부와 복지부는 학교별 의대 증원분 배정을 4월까지 마무리해야 하는데 가처분 소송에 걸리면 이 같은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의 증원분 배분이 끝나면 각 대학은 늦어도 5월 말까지 내년도 입시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후 오는 9월에는 증원된 의대생 인원에 맞춘 수시전형도 치러야 한다.
다만 법조계는 이번 의대 교수들의 소송이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을 낮게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사법처리를 경고한 뒤 보건복지부가 고발하고, 행안부의 영향을 받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고발사주' 의혹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서울 강남 소재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의대 교수들이 제기한 소송은 기각될 것 같다"면서 "고발사주건의 경우에는 형사건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역시 무혐의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복지부 장관 등의 의대 증원 처분은 헌법 원칙을 위반한 의료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반한 위헌적 조치를 했다는 게 교수협 대표들의 판단이다. 이번 증원 결정은 직접 이해당사자인 의대 교수 및 전공의, 의대생들 의견수렴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조치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공계 블랙홀 등 과학 분야에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간 합의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헌법상 신뢰보호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부 장관이 의료법을 집행할 권한은 있지만 고등교육법상 대학 입학정원 증원 결정을 할 권한이 없는 무권한자이므로 이번 결정은 무효라는 게 교수들 주장이다.
또한 고등교육법상 교육부 장관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을 해야 한다고 협의회는 주장했다. 실제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교육부 장관이 4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복지부 장관의 당연무효인 증원 결정을 통보받아 교육부 장관이 행한 후속조치들 역시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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