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4월 총선 전후까지 2000명의 의대 정원을 전국 40개 의대에 나눠줄 비공개 배정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가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배정위원회 구성 및 절차 등을 비밀로 하면서 시작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인원 수나 참여 비율 등까지 철저히 비공개 방침을 세웠다. 자칫 향후 배정결과를 두고 야기될 수 있는 반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4월까지 의대정원 배정을 끝내기로 한 목표도 전국 33개 의대 교수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증원분의 대학별 배분을 맡을 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의료계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민의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운영 기관과 정족수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5일 정부가 밝힌 대학들의 의대 학생 정원 증원 수요는 3401명으로, 정부가 제시한 증원 규모인 2000명을 놓고 대학들이 1.7대 1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40개 의대과 별로 요청한 증원인원이 기존 대비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있다. 향후 배정결과를 두고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배분을 늦어도 4월 중하순까지 마칠 계획이지만 대학들의 대입전형 개편 등 절차를 고려할 때 총선 전에 끝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대 배분 절차가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어야 올해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
총선전에 배정을 마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가장 큰 변수는 소송이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현행 고등교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집행정지 심문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이번 가처분이 각하 또는 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을 즉시 인용하게 되면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 배정은 즉각 무산될 수도 있다. 판사가 가처분 소송의 심문기일을 최장 4주 가까이 늦추게 되면 총선 직전에야 법원의 판단이 나오게 된다.
소송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정부의 증원 처분은 교등교육법령이 정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 기한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한다. 공표한 시행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이 2023년 4월 발표됐고, 정부의 의대 증원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이라는 것이 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정부는 대통령령이 정한 6개 변경 사유 중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대 증원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2017년 경북 포항의 지진 발생으로 수능이 밀리면서 입시 일정을 조정해야 돼 추가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천재지변과 유사한 상황으로 인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에 적용됐다.
이 변호사는 "규정이 있는 이유는 그만큼 대입전형의 변경이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행정으로 발생하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침해, 헌법 파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을 의식한 듯 행정안전부는 이날 '의료사태=국가재난'이라고 사실상 선포했다.
또한 사상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대형병원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윤홍집 기자
충북대학교 의과대학과 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6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직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사법처리 절차와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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