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美대선 경제정책
보호무역·고립주의 기조 같지만
바이든 "동맹국과는 협력 지속"
트럼프 "모든 국가에 관세 인상"
금리는 누가 집권해도 내려갈듯
바이든 친환경 정책 곳곳서 반발
트럼프 승리땐 IRA 폐기 가능성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중도하차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확정됐다. 4년 만에 다시 세계 최강국 미국을 놓고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두 후보는 표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세 차례에 걸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비교한다.
2024년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확정되면서 두 후보의 경제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은 전임자인 트럼프가 주장했던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을 계속 추구하면서도 동맹과 협력을 전제로 내세울 전망이며, 동시에 증세를 바탕으로 친환경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반면 트럼프는 동맹보다 미국을 우선으로 놓고 감세를 추구하며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 바이든 '미국 편끼리' vs 트럼프 '미국 먼저'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2017년 재임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이어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25% 규모의 대규모 보복관세를 물려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같은 해 유럽연합(EU)의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도 보복관세를 적용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무역분야에서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으며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은 미국 우선주의와 비슷한 '바이(Buy) 아메리칸·바이(by) 아메리칸' 정책을 내세웠다. 그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중국과 EU에 대한 보복관세 적용을 일부 유예하기는 했지만 없애지는 않았다. TPP 복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2022년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SA)'을 시행하며 각국 기업에 미국에서 친환경 제품 및 반도체를 만들라고 압박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8월 바이든이 트럼프의 정책 일부를 유지하고 있으나 트럼프와 달리 동맹과 협력을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중국과 정면대결 대신 유럽 및 태평양 국가들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바이든은 2022년에 과거 TPP 참여국들을 대거 모아 FTA보다 약한 수준의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만들었다. 바이든은 이들에게 미국 시장을 열어주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5월 공급망 협정을 체결하며 연대를 약속했다.
이러한 균형전략은 바이든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공약 발표에서 재선 성공 시 평균 3.3%에 불과한 미국의 수입품 관세를 교역 상대와 상관없이 10%로 높이고, 해외 보복관세에 똑같이 대응한다고 예고했다. 만약 트럼프가 관세를 일괄적으로 올린다면 한미 FTA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역합의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규모를 60%로 올려 중국산 수입품 의존율을 0%로 낮추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홈페이지에 올린 공약집인 '어젠다 47'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끝내겠다며 보복관세 외에도 중국의 무역 최혜국대우 폐지, 중국 투자 금지 등을 약속했다.
■세금 방향 반대, 금리인하는 필연적
트럼프가 외국에 돈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빚이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극복을 위해 시장에 돈을 풀었던 미국의 공공부채는 지난해 12월 역대 최초로 34조달러(약 4경5288조원)를 돌파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제품을 정가 이하로 판매한다면 자동으로 약 10%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이를 통한 수입으로 빚을 갚고 법인세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7년 재임 당시 2025년까지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인하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또한 35%에서 21%로 낮추는 임시 감세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는 감세를 통한 소비촉진을 강조하면서도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동맹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미국을 이용했다며 감세로 인해 모자란 돈을 외국에서 받겠다는 논리를 펼쳤다. 미국 매체들은 지난 1월 관계자의 말을 인용, 트럼프가 2025년 만료되는 임시 감세를 영구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같은 달 WP는 트럼프가 감세 유지를 넘어 법인세 추가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NBC방송 인터뷰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면 조금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은 부자를 상대로 세금을 올려 빚을 갚는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3월 공개한 2024년 정부 예산안(2023년 10월~2024년 9월)에서 연수입 40만달러(약 5억3280만원) 이상 납세자의 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인상하고, 상위 0.01% 자산가들에게 최소 25%의 이른바 '억만장자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또 법인세 최고세율 역시 21%에서 28%로 높인다고 예고했다. 바이든은 해당 증세를 통해 막대한 정부 부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예산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약 1년이 지난 지금도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바이든 정부는 기존 예산안에서 IRA 같은 투자법안을 따로 분리해서 처리했으며 지금까지 4차례의 임시 예산안을 동원해 땜질식 정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바이든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지난해 제시했던 증세안을 다시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누가 집권하든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2022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물가를 낮추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원에서 은행위원장을 맡은 셰러드 브라운 의원(민주·오하이오주)은 지난 1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고금리가 중소기업에 타격을 주고, 많은 미국인의 주택 구입을 막는다며 금리인하를 촉구했다. 현지 매체들은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 반등이 금리인하에 달렸다고 예상했다.
2017년에 파월을 임명했던 트럼프 역시 고금리를 반기지 않는다. 그는 파월이 팬데믹 초기에 자신의 금리인하 요구를 무시하자 공개적으로 파월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일 인터뷰에서 "파월은 정치적인 인물이며 민주당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파월을 연임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친환경산업 제동 걸릴 수도
11월 대선 결과는 바이든 정부의 IRA 혜택을 위해 미국 투자를 결정했던 한국의 전기차 및 친환경 관련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은 2021년 취임 직후 트럼프가 2017년 탈퇴한 파리 기후협약에 복귀하면서 친환경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IRA를 통해 미국에서 전기차와 친환경 관련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4월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 2032년까지 신차 판매의 67%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해당 발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반발로 이어졌고, 이에 바이든은 지난달 배출가스 감축 속도를 늦춘다며 한발 물러섰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몰표를 던졌던 미국 중부 '러스트벨트' 경합주 노동자들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며 불만이 적지 않다.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WSJ는 지난해 11월 보도에서 태양광 및 풍력 발전비용이 금리인상 여파로 2021년부터 올라가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미국의 전기차 및 친환경 에너지 개발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민간업계의 개혁이 뒤따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싼 가격 때문에 점차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진영은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물가를 낮추기 위해 화석연료 개발을 장려해 미국 내 유가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훨씬 적은 노동자가 필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그렇게 원하지 않는다. 전기차는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을 반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1월 관계자의 말을 인용,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IRA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대책을 폐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는 IRA에 대해 수차례 "역사상 가장 큰 세금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가 풍력발전에 의존하기 때문에 약하고 기준에 못 미치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풍차는 녹슬고 새들을 죽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IRA를 폐지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쉽게 IRA를 없앨 수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IRA 관련 사업들 대부분이 조지아주를 비롯한 공화당 텃밭에서 진행되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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