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를 불러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3월 수갑을 찬 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7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을 결정했다. 다만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을 남겨 두고 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권씨의 한국행이 확정되려면 법무부 장관의 결정을 기다려봐야 한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홍보 책임자인 마리야 라코비치는 포드고리차 고등검찰청이나 권씨 측이 이번 판결에 항소하지 않는다면 권씨가 이르면 며칠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미국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했다.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빨랐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의 판단을 하급심인 고등법원으로선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죄인 인도 요청 순서가 권씨의 인도국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 됐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와 범죄의 중대성, 범행 장소, 범죄인의 국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도국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한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그동안 법률로만 따지면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권씨 측은 한국행을 강력하게 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권씨 측이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에 불복한 끝에 한국 송환 결정을 끌어낸 만큼 재항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그간 권씨 송환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에 무게를 둬왔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권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하면 한국 법무부에 이를 통보하게 되고, 구체적인 신병 인도 절차에 대해 협의하게 된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