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차오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해 12월 18일 베이징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고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홍콩 정부의 역할에 대해 치하했다. 신화통신 뉴시스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외국인이나 외국 단체의 스파이 활동 및 정치 활동을 폭넓게 단속하는 홍콩의 국가안전조례안이 8일 홍콩 입법회(의회)에 전격 제출됐다. 오는 4월 쯤 조기 발효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홍콩 정부의 수장인 리자차오(존 리) 행정장관은 7일 성명을 내고 "8일 조례안을 제출한다"면서 "정부와 입법회는 가능한 한 빨리 법을 완성해야 한다"라고 재촉했다.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했던 그는 이례적으로 바로 홍콩으로 돌아와 국가안전조례안의 발효를 위해 매달렸다. 일부에선 '베이징의 명령'에 받고 리 행정장관이 바로 귀국해 법안의 조기 발효에 몰두했다고 뒷이야기들을 했다. 그러나 경찰 수장 출신인 그는 국가 안전과 안보 관련 법안 마련에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온 소신파로 꼽혀왔다.
8일 조례안을 받은 입법회는 특별회의를 소집해 이를 심의했다. 지난달까지 각계각층의 의견 청취를 막 마친 상태이어서 진행 속도가 이례적으로 신속하다. 밍바오 등 홍콩 언론들은 이르면 4월 조례가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자차오 행정장관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여러 장소에서 중국 각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가안전조례안은 지난 2020년 시행된 홍콩 국가안전유지법(국안법)의 허점을 막는 것이라고 리 장관은 규정했다. 기존의 국안법이 외세와 연계되거나 결탁된 홍콩 시민들을 주요 적발 대상으로 삼았다면, 새 법규에서는 외국인이나 외국의 정치 단체 및 조직의 활동 등을 겨냥했다.
스파이 간첩 행위 외에 외세 간섭, 국가 비밀 절취 등에 대한 적발을 폭넓게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도시이자 금융경제중심, 자유무역도시로서 위상을 자랑해 온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외국인과 외국 단체들의 활동에 커다란 제약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홍콩당국과 중국의 시각은 다르다. 홍콩이 중국의 안정과 이익을 흔들어대는 외세 활동의 교두보가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딩쉐샹 제1부총리는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홍콩 대표단과의 전인대 분임 토의에서 이 조례의 시행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홍콩 내 외국의 스파이 행위나 외국 기관들의 정치 활동은 베이징 당국의 눈엣가시였다.
앞서 리자차오 장관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홍콩은 평온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잠재적 위험이 상존한다"라면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영국의 첩보 기관 등이 (홍콩에서) 중국이나 홍콩에 대한 많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 해외 정보 기관과 관련 단체, 비정부기구(NGO) 등의 활동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의도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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