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좌)와 테무 CI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중국 직구 쇼핑 플랫폼들의 공습경보가 울리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초저가를 앞세운 무차별적인 마케팅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뺏길 판이다. 복제품이나 저급한 제품 판매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지난 7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급증하는 해외 직구 종합 대책을 모색하기에 나섰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해외직구 규모는 2022년에 이미 6조 원을 돌파했다. 그중에 중국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최근 신선식품 배송 판매까지 시작했고 유통 외에 다른 분야까지 진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먼저 이같은 중국 쇼핑 플랫폼 업체의 급습을 뻔히 보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동안 안이한 타성에 빠져 있던 건 아닌지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유통업체까지 자성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해외직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제야 중국 업체들의 편법· 탈법적 판매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알리와 테무는 최근까지 '광고' 표기도 없이 광고성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앱 푸시, 이메일 등을 보냈다. 물론 규정 위반이다. 국내 업체들은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규정을 중국 업체들은 스스럼없이 마케팅 도구로 마구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두 발로 뛰어가는 판에 국내 업체들은 외발로 걸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 업체들의 탈·불법 사례는 드러난 것만 해도 적지 않다. 멜라토닌캡슐제와 도수 안경 등 국내법상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제품도 버젓이 상품 리스트에 올라 있다. 선정적인 검색어와 사진·영상 노출도 다반사다. 초저가를 미끼로 '짝퉁' 상품이나 저품질 상품을 대놓고 팔고 있다.
국내 판매자가 중국에서 상품을 구매해 판매하려면 각종 관세와 부가세, KC 인증 취득 비용 등이 붙지만, 중국 플랫폼은 예외다. 정식 수입 업체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공정거래법 등 법규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장 정비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초저가에 품질까지 겸비하면 시장을 싹쓸이당할 수 있는 유통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소비에서 국경이 없어지면서 단지 국내 업체라는 이유의 경쟁우위도 사라졌다. 기왕이면 국산품과 국내 유통기업을 이용하는 '애국심'도 희미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관심사는 오직 가격과 품질뿐이다. 결국 중국 업체의 공습에 대응하는 길은 가격과 품질 경쟁에서 이기는 것밖에 없다. 유통 혁신도 필수적이다. 판매 경로를 단순화해 가격을 낮추고 판매 기법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
이런 판국에 정치권은 도리어 유통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국내 서비스업 발전을 지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2011년에 발의됐지만 13년째 국회에서 겉돌고 있다. 유통산업법 개정안도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대형마트도 새벽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휴업일을 일요일 등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통 서비스가 급속히 발달하고 소비자의 니즈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유통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마인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러니 강력한 마케팅 도구를 보유한 중국 업체들의 습격에 국내 업체들이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곧 출범할 22대 국회에서라도 낡은 유통 관련 규제 철폐를 가장 먼저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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