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개인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를 상대할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년 동안 개인들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기관 투자자와 비등해졌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채권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매력이 부각된 결과다.
회사채 시장, 개인들 기관 맞먹을 '큰 손' 떠올라
1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들이 사들인 회사채 규모는 2조6283억원어치(순매수 기준)로, 다른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2조9328억원)와 비슷했다.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 그리고 국내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가 순매수한 회사채 규모는 총 5조5611억원 수준인데 이 중 절반 가까이 개인들이 사들인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3년 1월 1~3월 8일) 기관투자자, 개인, 외국인 등이 순매수한 회사채 규모는 4조2829억원, 이 중 개인들의 비중은 38%(1조6270억원) 수준이었다.
연도별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2020년 3조1663억원, 2021년 2조3189억원, 2022년 7조9955억원, 2023년 10조1925억원으로 폭증했다.
회사채 순매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비중 역시 2022년 15.78%, 2021년 14.05%, 2022년 56.31%, 2023년 52.65%로 뛰었다.
회사채 시장에서 개인이 기관 투자자와 중요도가 커진 모습이다. 이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예·적금 대비 높은 금리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또 주식시장 부진이 계속되면서 주식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을 찾으려는 심리가 커진 결과다.
무엇보다 향후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채권가격이 오른 다는 점에서 자본차익까지도 누릴 수 있다는 계산도 개인의 채권투자 열풍에 불을 지폈다.
회사채 매력, BBB급도 잘 팔려
회사채 시장에서는 AA급 이상의 우량채뿐만 아니라 BBB급부터 싱글A급 등 다소 비우량한 회사채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찬밥'으로 취급받던 A- 등급 회사채의 2월 한 달 순발행 규모는 5780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A-등급 회사채는 현금상환이 우위인 순상환 기조였으나 2월 순발행 기조로 돌아섰다. 경기 침체, 고금리 불안감으로 냉랭했던 비우량채에 대한 온기가 점점 퍼지고 있는 셈이다.
A-등급 순발행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7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이다. BBB0등급 회사채 순발행 규모도 이달 7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이후 BBB0등급 회사채는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다 올해 들어서며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회사채 금리 매력이 투심을 자극한 결과다. 이달 발행한 BBB~A급 회사채 금리를 살펴보면 연 4~5% 수준이다. 신용등급 BBB+에 해당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5년물 회사채 금리는 연 5.235%에 달했다. A- 신용도인 대한항공 회사채 2년물 금리는 연 4.49% 수준이다. SK디앤디가 사모시장에서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1년6개월물이 연 7.5%, 3년물이 연 7.9%에 달하기도 했다.
한편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국고채도 덩달아 인기다. 올해 들어 개인의 국고채 순매수 금액은 2조3904억원에 달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8일 기준 연 3.271% 수준이다. 5년물은 연 3.306%를 가리키고 있다.
이런 기회를 틈타 금융투자업계의 개인 대상 채권 마케팅도 한몫했다. 각 증권사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리테일 시장에서 회사채 등을 소개하고 금리 계산기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개인들이 어려운 채권시장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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