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열린 베이징
톈안먼 등 인근 전철역 경찰 배치
신분증 검사에 감시 카메라 즐비
정협 폐막… 시진핑 중심 당 영도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잘되고 있겠죠" "잘 몰라요". 주말인 9~10일 중국 베이징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왕푸징 거리에서 만난 2030들에게 '양회'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들에게 "전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관심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꾸도 없이 총총걸음으로 사라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양회로 불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 중심부 인민대회당과 연결된 대로변에는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들이 나붓끼고 홍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주변 건물들에도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나 붉은 깃발들이 펄럭였다. 양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서다. 그러나 봄 날을 만끽하며 쇼핑과 산책을 나온 평범한 중국 시민들은 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중국인들의 무관심과는 달리 당국은 긴장감을 유지했다. 양회가 열린 지난 4일부터 톈안먼과 인민대회당 방향으로 들어오는 주요 지점의 전철역 등에서는 경찰이 모든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전철 출입구 앞에는 전에 없던 이동 안면인식기와 신분 확인 기기들로 신분증을 검사했다.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은 안면 인식 등을 통해 신분을 확인했다. 주변 거리에는 미니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 파출소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한 외국인 기자는 그 미니 버스 안에는 경찰본부의 빅 데이터와 연결된 감시카메라와 안면 인식기기들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미니 버스 지붕 위에는 감시카메라 3쌍이 이리저리 돌아가고 있었다.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베이징 서쪽 미디어센터에서 인민대회당으로 이르는 길에 주차된 버스에는 보안요원들이 평소와 달리 한 차당 3~4명씩 탑승 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대로변에는 사복경찰이 적지 않게 보였다. 그래도 사복경찰들은 20~30대 남성들로 검은 트레닝복을 입고 있어서 거부감이 크지는 않았다.
베이징시내 제3환 순환도로 서쪽 끝에 있는 미디어센터와 중심부 인민대회당을 일주일 내내 오가야 했던 기자에게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검문이 워낙 신속하게 이뤄지다보니 별다른 부담이나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시내 어느 곳에서 검문을 당해도 전인대 조직위에서 만들어 준 기자증을 보여주니 무사 통과였다. 가끔 까다로운 경찰관은 기자증 바코드에 바코드 리더기를 대보기는 했다.
인민대회당이나 미디어센터 입구에서는 안면 인식으로 입구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 출입자의 얼굴과 이름이 뜨면서 출입이 이뤄지니 기자증을 꺼내 필요도 없었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11배나 커진 중국의 보안관리 수준도 빠르게 발전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간결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리한 출입 속에서도 내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보호되고 있는 걸까하는 염려와 찜찜함이 떠나지 않았다.
전인대는 장막속에 가려있는 중국 지도부의 입장과 정책 방향을 여러 제약 속에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다.
특히 이번 회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기의 두 번째 해이자, 신중국 건설 75주년이 되는 분수령적인 해라는 점에서 시진핑 정부의 입장과 정책 방향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더 쏠렸다.
한편 10일 양회 가운데 하나인 정협회의가 폐막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최측근이자 책사인 왕후닝 정협 주석은 미국식 민주주의와 발전모델과는 분명하게 맥이 다른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이의 실천을 위한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공산당의 영도를 다시 강조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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