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1년 생필품 가격 유지기간 9.1개월
펜데믹 끝난 22~23년에는 6개월로 단축
인상빈도 늘었는데 인하빈도, 조정폭은 그대로
"물가 여전히 3%...향후 인플레 확대 자극 우려"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국내 기업이 펜데믹 이후 고물가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인상폭 대신 빈도를 조정하면서 상품가격 유지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물가상승률이 4~5%에 달했던 시기에도 기업들이 가격 인상 횟수를 늘리면서 국내 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필품 가격, 펜데믹 끝나자 1년에 두 번씩 조정
한국은행 제공.
11일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 보고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사국 물가동향팀 소속 이동재 과장과 임서하 조사역이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가격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기업의 가격조정 빈도(인상·인하빈도, 할인 등 일시적 조정 제외)는 월평균 11% 수준(2018~2021년)에서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간 중에는 15.6%(2022~2023년)로 큰 폭 상승했다.
이는 평균적인 상품가격 유지 기간이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다는 의미로 기업들이 가격을 더 빈번하게 조정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리얼 A의 경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기준가격이 1차례 인상됐으나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번 올랐다. 라면 B의 경우에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가격 인상은 1차례에 그쳤으나 202년부터 2023년의 경우 기준가격이 3차례 뛰었다.
품목별로 보면 대체로 주류는 경직적으로 가격이 조정되는 반면, 음료·조미료 등은 좀 더 유연하게 가격이 조정됐다. 팬데믹 전·후로 비교할 경우 조미료·식용유지, 축산물 가공품 등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아 2022년 이후 비용 인상 압력이 컸던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빈도가 더 증가했다.
■인상 빈도 늘었는데 인하율은 그대로...“물가 자극 요인 우려”
한국은행 제공.
가격 인상빈도는 유가가 10% 이상 크게 상승하는 등 충격의 크기가 크거나 유가상승, 펜트업 수요 등 서로 다른 충격이 동시에 발생했을 경우에 인플레이션과 함께 확대돼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물가상승률이 4~5%대로 높은 시기의 경우 동일한 비용충격에도 인상빈도가 늘어나면서 충격이 물가로 빠르게 전이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국내 생필품가격 인상률은 1회당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 수준에서 유지돼 인하빈도와 가격조정폭(인상·인하율)은 팬데믹 전후로 패턴에 변화가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물가 시기에 기업들이 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 및 민감도, 경쟁제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가격인상 시 ‘폭’보다는 ‘빈도’를 조정한 결과다.
지난 2022년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간에는 할인 등 일시적 가격조정이 증가해 동일 상품에 대한 판매처별 가격편차도 확대됐다. 이는 기업들이 고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가격인상 빈도를 높이는 동시에 재고상황에 따른 수요변화 등에 할인 등 일시적 가격조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과장은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3%를 소폭 상회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가격 조정 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아직 돌아가고 있지 않다”며 “향후에 새로운 충격 발생 시 인플레이션 변동폭이 물가 안정기에 비해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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