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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이 미뤄진 '플랫폼법'…반발하는 소상공인

기약없이 미뤄진 '플랫폼법'…반발하는 소상공인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공연에서 열린 '플랫폼 독과점 및 불공정 행위 규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업계 반발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소상공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며 거대 플랫폼과 관련한 조속한 규제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하던 플랫폼법은 업계 반발에 부딪혀 무기한 연기됐다.

플랫폼법이란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의 반칙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독과점 플랫폼 반칙행위에 대해 더욱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이후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 여론이 일자 공정위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을 포함한 법안 내용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지난달 공정위는 브리핑에서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국내외 업계 및 이해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며 "사전 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이 무기한 연기되자 이번엔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계는 그간 사업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플랫폼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지만, 희망의 불씨였던 플랫폼법마저 무기한 연기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경영 의욕이 저하됐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대면 유통이 대세가 된 경제생태계에서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며 독과점 문제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대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은 갑질과 불공정행위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중소 숙박업소의 92%가 야놀자, 80.4%가 여기어때에 가입했고 월평균 매출액의 64%가 숙박앱을 통해 발생하지만, 매출이 생겨도 수수료, 광고비로 다 나간다"며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매출유치를 위해 플랫폼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고 거래 전반에서 불합리한 조건이 있어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쿠팡이 반려동물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독점하고 있는데 플랫폼 입점 업체들은 높은 수수료 등 부대비용으로 이윤을 내지 못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플랫폼법 외에 공정화법도 꼭 필요하다.
계약서 및 약관을 통제해서 계약서에 들어갈 필수 사항을 정리해 제도로 이행한다면 불공정 거래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연합회는 △플랫폼법 신속 제정 △규제 대상에 업종별 독과점 플랫폼 포함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탈행위 중단 △플랫폼 불공정행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소공연은 "정부와 국회는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고, 규제 대상에 소상공인 사업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쿠팡,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야놀자, 여기어때, 직방, 카카오티 대리, 티맵 대리 등 업종별 독과점 플랫폼을 포함해달라"며 "플랫폼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수수료와 판촉비용 떠넘기기 등 불공정행위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