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해외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통화 표시로 발행한 외화채권이 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 성과를 올리고 있어서다. 기업들의 양호한 신용도 등이 이끌어낸 결과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5일 1억5000만싱가포르달러(약 1481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발행하는 증권'인 KP(Korean Paper)물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산하 신탁기금인 신용보증투자기구(CGIF)가 100% 보증을 섰고, 다이와은행 서울지점이 인수했다.
만기는 5년, 최종 금리는 3.88%에서 결정됐다.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금리가 4% 미만으로 정해졌고, 청약률도 기존 모집액 대비 2.87배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OP)에서 신용등급 'AA'를 획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자금은 싱가포르 현지의 지하철 공사대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앞서 올해 1월 19일에는 SK배터리 아메리카가 외화채 5억달러어치를 찍었다. SK온의 미국법인으로, 전기차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다. 3년물로, 금리는 4.875%였다. KB국민은행이 대표 신용보증을 맡으면서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Aa3'을 받아냈다.
포스코 역시 같은 날 금액 및 만기·금리가 동일한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인수회사는 SK배터리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었다. 해당 물량은 자금이 친환경산업 관련 용도로 쓰이는 그린본드다. 신용등급은 'Baa1(무디스)' 'A-(S&P)'로 각각 평가됐다.
이에 앞서 한화토탈에너지스(4억달러·5.500%), SK하이닉스(총 15억달러·5.500%) 등도 지난 1월 외화채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미국과의 갈등,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중국기업의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한국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국 대기업 및 금융사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으면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KP물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는 뜻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빠지며 채권시장 활성화가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상당 수요를 견인한 이유다.
실제 지난해 1·4분기에는 SK하이닉스, 포스코 정도가 해외 채권시장에 참여했으나 올해는 금액, 참여자 측면에서 모두 확대됐다.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사들도 외화채 발행에 분주하다. 우리은행(총 7억달러), 신한은행(5억달러), 미래에셋증권(총 6억달러), 현대캐피탈(총 10억달러) 등이 1~2월에 대규모 자금을 외화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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