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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청산 내건 함운경 vs 현역 프리미엄 정청래 '맞대결' [총선 격전지를 가다]

(2)서울 마포을
'3선'에 인지도 높은 민주 정 후보
운동권 출신 국힘 함 후보 '새바람'
녹색정의당 장 후보는 혁신 앞세워

이른바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홍대거리'로 상징되는 서울 마포을은 2030세대 1인 가구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지역내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까지 있어 교육열이 높아 학부모들의 표심도 무시못한다. 특히 이 지역은 '운동권 맞대결'이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마포에서만 3선을 한 '터줏대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에선 386세대 운동권 대부격인 함운경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총선 프레임으로 내세운 '운동권 청산론'의 일환이다. 여기에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변화와 혁신을 앞세워 재선에 도전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 지역구에 표밭갈이를 오래 한 데다가 여당 함운경 후보는 변절자 이미지가 강하다"

11일 상암동에서 10년간 직장을 다니는 김유진(60)씨는 정 후보의 평소 지역구 관리에 후한 점수를 줬다. 17·19·21대 총선 서울 마포을에서 금배지를 단 3선 의원의 저력이 느껴지는 평가다. 정 후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86 운동권 청산 대상 1순위로 지목됐지만, 국민의힘이 맞상대로 전략공천한 함운경 후보의 변절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만만치 않다는 평이다.

망원시장 야채가게를 32년간 운영한 김모(60)씨는 "정청래 후보가 워낙 인지도가 높다 보니 이 지역에서는 정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3선 저력의 높은 인지도와 꾸준한 지역구 관리가 정 후보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후보측은 거대 양당의 후보가 운동권 전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결국 지역발전을 위한 맞춤형 공약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고 철저하게 지역 바닥민심과의 스킨십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마포을 지역 현안 해결사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주요 지역 공약으로 △서부광역철도 조기착공(성산, DMC, 상암역 설치) 추진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복합의료시설 유치 추진 △마포 쓰레기 소각장 결사반대 및 전면 백지화 추진 등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중이다. 서부광역철도의 경우 정 후보가 현역 시절부터 교통 인프라 구축, 수도권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철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쓰레기 소각장 백지화와 관련해서도 "주민의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대응을 위한 자료를 검토하고 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하며 전면 백지화까지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유세중인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와 만난 전남 출신인 80대 박모씨는 "호남이라고 해서 더불어민주당 밀고 그런 거 없어"라며 함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씨는 지난 선거에서 정청래 의원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함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이다. 박씨는 "정 의원도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세번씩 하는 걸 보고 마음이 바뀌었"며 "정치하는 양반들은 한번씩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함 후보를 마포을에 전략공천한 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프레임으로 내건 '운동권 특권 청산'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북 군산 출신의 함 후보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의 대표 주자였으나 문재인 정부 당시 운동권의 편향적·이중성 등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보수로 전향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함 후보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다. 마포을은 서울에서도 호남 출신이 많은 지역으로, 국민의힘에겐 대표적인 험지로 꼽힌다. 지난달 말에야 마포을에 전략 배치돼 늦은 출발을 한 것도 약점이다. 그럼에도 함 후보는 자신의 높은 전투력을 바탕으로 3선의 '정치꾼 정청래'를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마포을에서의 도전을 받아들인 이유도 특권 정치 타파라는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함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도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정청래는 너무 심하다, 치워달라"라는 반응이라고 한다. 함 후보는 "음모론과 막말을 펼치는 개딸 정치를 없애고 정치 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함 후보는 과거 민주당 지지층을 국민의힘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탈야권 인사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른바 '체인저 벨트'라는 이름으로 좌파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알리고 국민의힘의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마포 소각장 추가 건립 백지화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날 망원1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과 만난 함 후보는 "마포 소각장 등 지역 현안을 빠른 시간 내 숙지하고 있다"며 "20년 동안 묵혀진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하겠다. 마포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녹색정의당 현역(초선·비례) 장혜영 후보는 재선에 도전한다.
마포을은 녹색정의당 조직력이 비교적 강한 지역구에 속한다. 2020년에는 오현주 당시 정의당(녹색정의당 전신) 후보가 득표율 8.8%로 꽤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오전 망원역에서 장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은 시민 전다인(32)씨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정치인 중 한 명이고 장애인 인권 신장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소수자를 위해 많이 힘을 써 주는 유일무이한 국회의원"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서지윤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