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법소득, 납세의무 성립…사후 경정청구하면 돼"
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위법소득에 대해 추징금이 선고됐지만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면, 세무당국의 과세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중랑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한 업체에게 대출을 알선해준 대가로 1억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19년 1월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같은 해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중랑세무서는 A씨가 수수한 돈이 소득세법상 '알선수재에 의해 받는 금품'으로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2년 9월 A씨에게 종합소득세 3600여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세무당국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심판청구도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위법소득을 얻은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추징금을 납부했다거나, 해당 추징금에 대해 국가기관이 집행을 완료했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알선수재 등으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해서는 납세 의무가 성립하므로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며, 이후 몰수·추징이 이뤄진 경우 경정청구를 통해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나면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위법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거나, 위법소득이 더 이상 상실될 가능성이 없을 때에 이르러야 과세할 수 있다면 이는 위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를 적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보다 우대하는 셈이 된다"며 "조세정의나 조세공평에 반하는 측면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후에 위법소득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 환수됨으로써 위법소득에 대한 경제적 이익의 상실 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 그때 소득이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봐 이를 조정하면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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