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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대응] 美 선거 앞두고 연준 물가 목표 2% 공방

[이슈대응] 美 선거 앞두고 연준 물가 목표 2% 공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과 상하 양원 선거를 앞두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재선을 노리면서도 경제 정책 수행에 대한 유권자들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고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과 진보성향 노동단체들 사이에서 상향시켜야 한다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美 물가 3%대에서 못 벗어나

지난 2022년 봄 미국의 물가가 치솟자 연준은 지난해 7월까지 금리를 11차례에 걸쳐 5.25~5.5%까지 인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고위 관리들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2%로 내려간다는 확신이 올 때까지는 22년 중 최고치까지 오른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 3%까지 떨어졌으나 좀처럼 3%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로 전월 수치 보다 0.1%p 다시 반등했다.

미국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는 물가 목표를 2%에서 높이거나 노동시장 동향에 더 초점을 맞추라며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미국 상하 양원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파월 의장에게 금리가 현재 너무 높다며 서둘러 인하하라고 요구했으며 또 2%로 설정된 근거와 의미를 묻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파월 의장에게 노동자들의 대량 실직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며 연준의 최대 두가지 의무에는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고용 극대화도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물가와 달리 연준은 노동에 관한 목표 수치는 정하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청문회에서 물가 2%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1988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물가 목표 2%

물가 목표 2%는 미국이 아닌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지난 1988년 처음 도입했다.

1988년 당시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였던 돈 브래시는 물가상승률을 0~1%로 떨어뜨려야 한다며 검토 끝에 2%를 공식 목표로 잡았다.

그 후 다른 중앙은행들도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머빈 킹은 영국은행 총재가 되기전 이코노미스트 시절이던 1997년 "중앙은행들이 물가에만 초집중하는 ‘인플레이션 미치광이들’이 될 것"이라며 2% 목표를 비판했다.

미국 연준도 앨런 그린스펀이 의장이던 시절인 1980년대말에서 2000년대초까지 2% 목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벤 버냉키 당시 의장 시절에도 지방 연방은행 총재들은 예상되는 민주당의 반대를 우려한 것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기록됐다.

버냉키의 의장 2기 때인 2012년 미국 경기의 침체 우려가 사라지면서 연준은 물가 목표를 2%로 지정할 수 있었다.

버냉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2%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지수를 상승시키고 연준의 또 다른 주요 의무인 고용 극대화 문제도 더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해줘 채택됐다고 서술했다.

현재 연준의 홈페이지에는 “물가 목표 2%는 연준의 주요 의무인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과도 일치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진보진영은 고용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20년에 유연성 있는 물가 목표를 위해 '평균 2%'로 정하고 인플레이션이 소폭 초과하는 것도 용인하도록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공화당 의원은 대신 연준의 2개 최대 의무 중 하나인 고용 극대화를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청문회에서 2% 재조정 문제를 올해말부터 2025년말 사이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인하 압박에 선거까지...힘든 연준

미국 CPI는 지난해 11월부터 소폭이지만 내려갔다 올라가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들어 CPI가 전망치보다 높게 잇따라 나오면서 한때 이달 실시가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이달초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의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올해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것라는 전망도 내놨다.

선거가 점차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적 문제로 번질 소지가 있다. 특히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록 파월 의장이 특정 정당을 돕기 위해 내린 조치로 오해 받을 수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연준이 3·4분기(7~9월)까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을 불과 5주 남겨놓는 시기에 첫 인하가 단행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을 돕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려 하고 있다며 공세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경제가 완만하게 수축하는 경기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 경제 수행에 대한 유권자들의 점수가 낮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는 길로 보고 있다.

파월은 지난달 CBS방송의 뉴스매거진 '60분'에 출연해 연준은 결정에 있어서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일부에서는 자칫 연준의 신뢰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리 인하 요구에 주요 선거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연준에게는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