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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유지류 가격 내렸는데 가공식품값은 왜 안내리나"

한훈 농림부 차관 간담회
19개 식품기업 대표 만나
식품값 조정 협조 당부

"곡물·유지류 가격 내렸는데 가공식품값은 왜 안내리나"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왼쪽)이 13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물가안정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3일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하여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한 차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국내 주요 19개 식품기업 대표들을 만나 가공식품 물가안정에 협력을 당부했다.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불안정성이 커지며 원자재·에너지 가격은 급등을 거듭했다. 수입원재료 사용 비중이 높은 가공식품은 2022년 10월 인상률이 10%에 달할 정도로 치솟아 올랐다. 이후 지난해 10월 4.9%, 올해 1월 3.2%로 점차 상승폭을 줄여 지난달 1.9%로 소비자물가 인상률(3.1%) 아래로 안정세에 들어선 모습이다. 한 차관은 "에너지·인건비 등 제반비용 상승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로 8개월 연속으로 물가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줄어든 인상 폭에 비해 체감하는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미 오른 가격에서 별다른 조정 없이 고물가 시절의 단가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예로 라면이나 빵의 주원료인 소맥분 가격은 지난 2022년 고점을 찍은 후 현재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반면 라면 가격 하락률은 3%대에 불과하다.

인상주기 역시 과거에 비해 짧아졌다. 한국은행의 이슈노트 보고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의 특징과 영향'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가격조정 빈도(인상·인하빈도, 할인 등 일시적 조정 제외)는 월평균 11% 수준(2018~2021년)에서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간에는 15.6%(2022~2023년)로 큰 폭으로 늘었다. 통상 9개월 정도 유지하던 가격도 6.4개월 단위로 조정이 이뤄지는 추세다.

특히 조정 방향은 주로 오르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가격인상 빈도는 팬데믹 이전 16.1개월에 1회에서 이후 10.1개월의 1회로 6개월가량 줄었지만 인하 빈도는 20.8개월에서 17.5개월로 3개월가량 줄어들며 인상 대비 '반절' 수준이었다.

1회 평균 인상률은 20~25%, 인하율은 15~20%임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최근 가격이 꾸준히 우상향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 차관은 "인상된 식품 가격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되는 것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그리드플레이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개사 중 23개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국제 유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다시 3%대로 돌아오며 원자재 관련 압박도 다시 커지는 중이다. 정부 역시 기업의 가격조정 지원을 위해 할당관세 등 부담 완화에 나섰다.

식품업계에서 건의한 원당·커피생두·감자·변성전분 등 7개 품목을 포함한 총 27개의 식품 원재료에 대해 올해 1월부터 할당관세를 적용 중이다.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면세농산물 등의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상향 및 공제율 확대와 커피·코코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등도 연장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에도 시류에 편승해 가격을 담합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가공식품을 포함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품목과 관련된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될 경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 차관은 "물가안정은 물론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소통하고 정부와 식품기업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