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대적인 '사교육 카르텔' 정책에도 불구,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킬러문항 배제, 사교육 카르텔 근절 등 정책을 1년간 추진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역대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로 인해 정부의 '사교육 근절' 대책의 효율성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불고 있는 '의대 광풍'이 사교육 증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교육부 내부에선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폭을 물가 상승률(2023년 기준 3.6%)보다 낮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7조1000억원 규모의 사교육비 총액은 교육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성과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사교육비 총액 목표치로 제시한 24조2000억원을 넘어선 규모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 전체 초중고 학생수는 520만9029명으로 2022년(527만5054명) 보다 6만6025명 줄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이 증가했다는 비판도 직면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1인당 사교육비가 사교육비 총액 증가분보다 조금 더 올라갔다"며 "저출산 문제가 고착화되면서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 눈높이에 맞춰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치에도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9만1000원으로 6.9%나 상승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시킨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명백하게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일부 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증가세 자체가 굉장히 많이 꺾였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사교육비를 반드시 경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에 목표로 하는 것은 반드시 올해보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금액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올해 공교육 체제 내에서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제들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반드시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교 단계에선 수능의 공정성을 강화해 사교육비 증가세를 억제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출제 공정성·투명성과 관련해서는 6월 모의고사(모의평가) 때부터 출제 공정성 강화 방안을 적용할 것"이라며 "수능 출제위원 선정 단계에서부터 출제 과정에서의 검증 문제 등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을 이달 말 '2025 수능 기본계획'에 담고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폭이 둔화된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비 총액, 사교육비 총액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사교육 참여율 등 주요 지표의 증가세가 현격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사교육비 총액 증가폭은 2021년 21.0% → 2022년 10.8% → 2023년 4.5%를 기록하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폭이 감소한 건 고무적이지만, 사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면 만족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평이 다수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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