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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어제 ILO에 긴급 개입 요청..불통으로 일관한 정부 탓"

의협 "어제 ILO에 긴급 개입 요청..불통으로 일관한 정부 탓"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1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한 것과 관련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도 있었던 문제를 사법부와 국제기구의 판단에 맡기게 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은 바로 불통으로 일관해 온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 공백이 오히려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현상이 주는 교훈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현 상황이 의료 대란이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의협에 따르면 현재 공백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수련병원의 입원 치료 영역이다. 수련병원의 외래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대부분의 1,2차 의료기관은 모두 정상적으로 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따라서 외래 진료만을 대체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의 전면 확대는 애초에 이번 사태의 대책이 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는 마치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조치가 현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가 현 사태 해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정부의 발표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가 시작된 2월 23일부터 2월 29일까지 1주일 동안의 의료기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비대면 진료는 3만569건이 청구됐으며, 전주 대비 15.7%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병원급은 76건을 비대면진료로 청구했는데, 병원에 확인한 바로는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자가 주된 이용자였다고 발표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확대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증 질환 비대면 진료 증가는 수련병원 의료 공백 사태 해결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현재의 의대정원을 유지하면 10년간 3만명의 의사가 배출되지만, 2035년 70세 이상 의사 수가 3만2000명이라고 발언하며, 마치 70세 이상 의사는 모두 은퇴해서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현재도 70세 이상 의사들은 왕성하게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빠져나가자 3차 병원 응급실에 경증 환자 방문이 사라지고 진짜 응급환자들만 응급실을 찾는 정상 의료전달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해왔다.

의협은 "정부가 어제 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계 가동 이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는 이 상황은 그 동안 우리의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전공의 공백이 오히려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현상이 주는 교훈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 비대위는 정부에 의사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