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의 주택가격 변동률 사전검열 체계 구축. 대전지검 제공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가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 전 정권 주요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문 정부에 불리한 상황을 감추기 위해 주택통계와 고용통계, 소득통계 등의 국가통계를 조직적으로 왜곡했다고 봤다.
대전지검은 14일 국가통계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김수현 전 실장, 김상조 전 실장, 김현미 전 장관 등 전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부, 통계청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장하성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이호승 정책실장,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주택통계만 125회 조작
김수현 전 실장과 김상조 전 실장, 김현미 국토부장관 등 대통령비서실, 국토부 관계자 7명은 2017년부터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주택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변동률)'을 125회에 걸쳐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변동률이 공표되기 전 매주 3회 대통령비서실에 미리 보고하게 하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전검열 체계를 갖추고 상시적으로 주택통계를 조작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각종 부동산 대책 시행 전후로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난 것처럼 보이게 하고, 2019년 대통령 취임 2년 및 2020년 총선 무렵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조작이 집중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조작을 통해 거래당사자들이 실거래 후 정부에 직접 신고한 실거래가격 상승률(81%)과 주간 주택가격 상승률(12%)이 큰 격차를 보일 정도였으며, 전 정부 이전에는 부동산원 변동률과 KB 변동률의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변동률 조작 이후 최대 30%p의 격차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원 임직원들은 사전보고가 부당하다며 12회에 걸쳐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부동산원 예산 삭감 등으로 압박하며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통계는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사건은 로우데이터를 명확하게 변경·하향 시킨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소득불평등 통계도 왜곡
김상조 전 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대통령비서실·통계청 관계자 4명은 2019년 10월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결과 전년대비 비정규직 근로자가 약 86만명 급증했다고 나타나자, 정책실패라는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파악과 관계 없는 다른 통계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증가한 것처럼 왜곡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비정규직이었던 사람이 과거에는 착오로 인해 자신이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응답했는데, 이후 비정규직임을 인지해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응답하게 되면서 응답자가 늘어난 것이지 실제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병행조사 효과'를 보도자료에 기재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은 2019년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 통계의 의미를 조작하기 위해 통계서술정보를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홍창표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은 2018년 5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통계 조사결과 2018년 1분기 소득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이를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통계청으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홍 전 수석비서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식별정보가 포함된 통계기초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개인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해석해 정책성과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며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다수의 고위공직자들이 장기간 연루된 조직적·권력형 범죄임을 규명하고, 범행 동기와 전모도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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