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엔화예금, 한 달새 5000억원 늘어
같은 기간 달러 예금은 2조원 줄어..환율 변수
전문가 엔테크 전망 엇갈려..."BOJ 피벗 늦어질 수도"
1000엔권.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원·엔 환율이 떨어지자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이 전월보다 약 5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달러예금 잔액은 한 달 새 약 2조원이나 빠져나갔다. 일본은행(BOJ)가 기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전환(피벗)할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른바 '엔테크'에 나선 금융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수출기업이 그동안 미룬 환전에 나서면서 달러예금이 감소하는 등 환율의 종속변수 성격이 강한 외화예금 잔액이 환율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엔테크 "인고의 시간" vs "올해도 쏠쏠"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엔화예금 잔액은 1조2129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과 비교해 555억엔(약 5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증가폭(4.8%)도 전월보다 두 배 수준이다.
엔화예금 잔액 증가새는 지난해 3·4분기 원·엔 환율이 800원대을 유지하던 시기 커지다가 지난해 말 환율이 900원대로 오르자 일시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지난달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면서 다시 매수세가 늘어났다.
일본은행(BOJ)이 기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전환(피벗)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도 엔화예금 증가세가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벗할 경우 국제 엔화가치 강세가 점쳐지는 만큼 환차익 이른바 ‘엔테크’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화가치가 크게 오르기 어려운 데다 엔화 변동성이 있는 만큼 엔테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엔테크하는 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엔화가 치솟았던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원·엔 환율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면 정말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엔화 가치는 상승 탄력이 약한 만큼 올해 1월에도 상승세에서 내려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원·엔 환율은 상승하겠지만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상승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많이 올라봤자 엔당 890~950원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이 피벗을 올해 안에 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말까지 일본은행이 피벗을 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본다”면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어 엔화의 약세에 원화의 약세까지 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물가 상승 압박에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면서 원하가치가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엔테크는 해볼만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美 지정학적 불활실성 금융시장에 영향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전망되자 달러예금은 빠져나갔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78억3000만 달러로 한달 사이 15억2500만 달러(약 2조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 1290~1310원 사이에서 머물던 환율은 올해 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월 17일에는 2개월만에 134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차츰 하락세를 보이던 환율은 최근 1310원대에 머물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내 연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달러의 대체재인 금의 가격 상승 여파로 달러 약세에 대한 전망이 높아지면서 달러예금이 줄었다”면서 “첫 기준금리 인하 후 인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는 데다 미국 대선 이슈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달러 예금 감소가 추세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백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기업들이 달러 강세에 환전을 미루던 자금들이 일시적인 달러 약세에 환전이 이뤄지자 예금이 감소한 것”이라며 “외화예금은 환율의 종속 변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화 예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못 미치는 만큼 이번 예금 감소세는 기업의 환전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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