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장수영 기자 = 경기 화성시 제부도 풀숲에 영아 시신을 유기한 남녀가 지난달 9일 오후 경기 수원 서부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타 수원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6일 오전 10시 50분께 아직은 바람이 쌀쌀했던 그날, 경찰에는 한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에서 산책하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다만 신고자의 이야기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신고자는 산책로 인근의 풀숲에 포대기에 싸인 물체를 봤는데 영아의 시신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확인한 결과, 고작 생후 20여일이 된 남자아이였다. 당시 아기의 몸에는 탯줄이 붙어 있었고 얼굴과 배에서는 사망 후 혈액이 몸 아래로 쏠리면서 발생하는 시반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이른바 '화성 제부도 영아 살해' 사건으로 알려졌다.
우선 경찰은 현장 인근에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빠른 대처와 추적으로 경찰은 지난달 7일 오후 6시 20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한 모텔에서 영아의 부모인 30대 여성 A씨와 40대 남성 B씨 두 사람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내연관계인 이들은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했다. 출산 10일 만인 지난달 8일 퇴원한 A씨는 B씨와 차를 타고 모텔 등지를 전전하거나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이 기간 아이는 차 트렁크에서 방치했다. 그러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아기가 사망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아기가 숨지자 지난달 21일 새벽 시신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의 풀숲에 유기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기를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반면 B씨의 경우 "모르는 일"이라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긴급체포할 당시 적용했던 '영아살해' 혐의를 '살인' 혐의로 바꿔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아살해죄는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에 산모가 저지른 영아살해에 대해 적용이 가능한데, A씨의 진술에만 따르더라도 이들의 범행은 이 법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A씨 등이 아기를 차 트렁크에 방치해 숨지게 한 행위는 구호 조치 등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어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원지검도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최나영 부장검사)는 살인, 시체유기 등 혐의로 A씨와 B씨를 각각 지난달 29일, 지난 14일 구속기소 한 상태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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