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내리고 있는 사직서수리 금지 명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15일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계약은 병원별로 다르게 되어 있어 3년 또는 4년의 다년 계약으로 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병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며 "다수의 전공의들은 민법 제660조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민법에 따라 사직서 제출 후에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직처리가 되느냐는 질문에 "전공의들은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했기 때문에 민법의 관련 조항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면 한 달 후 효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은 민법 제660조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은 4년 등 다년으로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한 만큼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이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면, 정부는 사법부의 권위와 삼권분립의 원칙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5다5783)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16조를 근거로 근로자는 1년이 경과한 후에는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라 하더라도 근무한지 1년이 지나면, 사직서 제출을 통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설명이다. 또한 대법원은 지난 2021년 황운하 의원의 당선 무효 소송에서 사직서를 낸 시점에 퇴직이 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하며, 사직서 제출 자체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정부가 전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를 재차 강조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의협 비대위는 "불과 한 달여 전인 2월2일 대한의사협회와 간담회를 가진 일본의사회의 회장과 집행이사는 분명히 최근 일본 정부는 의대정원 감축을 시작했고, 의사회 역시 후생노동성 회의체 위원으로 참여하며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일본이 의사 감축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전체 인구가 줄어 의료종사자 확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는 의대정원 확대보다도 지원을 늘리고 지역 편재를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도 짚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탄압이 6만명 이상의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봉직 회원들이 자발적인 사퇴를 하게끔 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오전에 발표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봉직 회원들의 96%는 정부의 정책 강행 추진은 부당하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했다. 봉직 회원들의 90%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협 회원들이 실제 사법적인 조치를 당한다면, 사직서 제출 등 자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중대본 브리핑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의대 교수'를 '의새 교수'로 발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번 박 차관과 마찬가지로 '의새'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은 평소에 의사를 비하하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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