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17일 대선에서 5선 성공 전망...30~36년 집권 가능
스탈린 제치고 현대 러시아 최장기 집권, 제정 러시아 기록도 깰 수 있어
집권 이후 대규모 공적 지출 예상, 반대파 탄압 및 증세 가능
2차 동원령 가능성도 남아, 국경 봉쇄 나올 수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온라인으로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총 20년 동안 대통령 자리를 지켰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6~12년 더 집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푸틴 정부의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푸틴이 반대 세력을 철저히 탄압하면서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체감하지 못하는 데 집중한다고 내다봤다.
현대 러시아 역사상 최장기 집권
올해 71세인 푸틴은 17일(현지시간) 끝나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5월 7일 취임식을 통해 제 8대 러시아 연방 대통령에 취임한다. 임기는 6년이다. 그의 대통령 경력은 올해까지 20년이지만 2008년부터 총리로 재직했던 4년 역시 그의 집권 기간에 합산해야 한다. 푸틴이 2030년까지 임기를 마친다면 총 30년을 집권하는 셈이며 이는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 집권 기간 29년(1924년~1953년)을 넘어서는 최장 기록이다.
푸틴이 대통령 대신 총리직을 맡은 이유는 헌법상 3연임 제한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푸틴은 지난 1999년 총리로 임명되었으며 같은해 12월 31일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권좌에 올랐다. 그는 2000~2004년 제 3대 러시아 대통령, 2004~2008년 제 4대 러시아 대통령을 지냈다. 2008년 자신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총리로 자리를 옮겼으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푸틴은 이후 2012년과 2018년 다시 투표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2020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3연임을 허용하고 푸틴의 이전 당선 기록을 삭제했다. 현재 푸틴은 법률상 2018년 당선된 초선 대통령과 마찬가지다. 그는 올해 당선되어 임기를 마칠 경우 2030년에 다시 출마하여 2036년까지 집권 가능하다. 푸틴이 만약 2036년까지 집권한다면 83세까지 집권하는 셈이다. 미국의 최고령 대통령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현재 81세다.
푸틴이 2036년까지 집권에 성공하면 총 36년 동안 집권하여 러시아 제국 당시 1762년~1796년(34년) 집권한 예카테리나 2세 황제를 제치고 러시아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가 된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의 차량이 최전선 주민들의 투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현상 유지에 초점, 2차 동원령에 주목
미국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안드레이 솔다토프 선임 연구원은 17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푸틴이 선거 전에 자행했던 반대파 탄압을 선거 이후에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불렸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 2월 러시아 감옥에서 의문사했다.
이달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우크라 전쟁을 반대하던 정치 평론가 보리스 나데즈딘의 대선 출마를 불허했다. 앞서 푸틴은 반(反) 정부 성향의 독립 매체 출판을 금지했으며 정부가 '허위 정보'라고 간주하는 내용을 유포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 솔다토프는 선거 전에 러시아 정보 당국과 보안 당국이 매우 공격적으로 활동했다며 "푸틴에게 선거는 그저 구실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이 선거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반대파 탄압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WSJ는 푸틴이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거래 및 유가 상승 덕분에 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대중들이 실생활에서 전쟁 여파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곧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건설 및 빈민 구제를 위해 수십억달러의 지출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규모 증세안을 내놓는다고 예상했다.
또한 서방 전문가들은 푸틴이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용병과 2차 동원 가운데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푸틴은 2022년 우크라 침공 이후 줄곧 전쟁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며 전시 상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의무복무(1년)로 징집된 병사를 최전선에 보낼 수 없었다.
러시아가 2022년 9월 발동한 동원령도 예비군 동원이었다. 이에 푸틴은 지난해 의무복무로 징집된 병사를 직업군인으로 전환하여 우크라에 보내는 편법을 사용했다. WSJ는 2022년 1차 동원령 당시 전국적인 반발과 출국 행렬을 언급하며 푸틴이 선거 이후 국경을 봉쇄한 뒤 2차 동원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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