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1100조 원을 돌파한 3월 13일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4.3.13.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고물가·고금리에 경기부진으로 서민들의 빚 갚을 능력이 저하되면서 서민 정책금융상품 연체율이 지난해 일제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상환을 못하는 서민들 대신 정책금융기관이 대신 갚아준 비율인 대위변제율 또한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15'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이 21.3%를 기록했다.
햇살론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4.0%, 2022년 15.5%로 오른 후 지난해 1년 만에 5.8%p 올랐다. 대위변제율은 차주가 원금 상환을 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대출금을 내준 은행에 대신 갚아준 대출금 비율이다.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20%를 넘긴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다른 햇살론 상품들의 대위변제율도 일제히 올랐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햇살론 유스'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9.4%로 집계됐다. 2022년(4.8%)과 비교해 두 배로 오른 것이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은 10.4%에서 12.1%로 올랐다.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 뱅크' 대위변제율은 1.1%에서 8.4%로 7.3%p 급등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연체 이력과 상관 없이 최대 100만원을 연 15.9%(기본금리)로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이자 미납률)도 10%를 넘겼다. 지난해 3월 도입된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한 달 7000~8000원 이자를 갚지 못한 비율로, 그만큼 차주 상환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평점 하위 10%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위변제율은 14.5%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의 서민금융 공급 확대,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 조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금융기관의 대위변제금액이 높아져 신규 지원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민간 금융사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고, 중저신용자 포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금융상품 금리를 조정하고, 복지·고용과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정숙 의원은 "서민 정책금융상품 평균 대출금리가 17%대에 달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대부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민금융 금리 설계대책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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