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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끝내는 日… 엔저 벗어나 脫디플레 외칠까

BOJ 18일부터 금융정책 결정회의
새 정책금리 0~0.1%로 인상 전망
임금·물가 상승 선순환 평가 지배
1차 노사교섭 평균 5.28%로 올라
증시·부동산 등 경제 영향 '주목'

마이너스 금리 끝내는 日… 엔저 벗어나 脫디플레 외칠까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BOJ)이 이달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 여부를 논의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일본이 정책 전환을 단행한다면,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하락)인 엔화 가치가 올라가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와 호조세인 부동산 등 금융·실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건 만족, 결정만 남았다

17일 현지 언론들은 BOJ가 이번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BOJ는 장기간 금리 인하를 지속하다가 2016년 2월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 8년째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단기 금리를 연 -0.1%, 장기 금리를 연 0±1%로 동결하고 있다. BOJ가 이를 해제하면 2007년 2월 이래 17년만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금리(금융기관이 BOJ에 예치할 때 받는 금리)는 0~0.1% 또는 초과 지급준비금에 적용되는 0.1%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BOJ 관계자는 "어느 쪽이든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정책금리의 비정상적인 상황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BOJ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와 함께 기준금리를 단기와 장기 두 가지로 운영하는 장단기금리조작(YCC) 철폐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는 장기 금리 상한을 1%로 하고 있다"며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YCC 철폐 후에도 일정한 국채 매입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BOJ는 2010년부터 시작한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위험자산 매입도 마무리할 전망이다.

■"연내 0.25%, 내년 0.50%"

정책 전환 배경은 BOJ가 그 전제로 내건 안정적인 임금 인상과 2%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만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또 물가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15일 발표한 1차 노사교섭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5.28%로, 지난해 1차 집계(임금인상률 3.80%)를 넘어섰다. 5%대 임금인상률은 1991년(5.66%) 이후 33년 만이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신선식품 제외 종합)은 전년 동기대비 2%로 22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1월 기자회견에서 정책 전환 후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앞으로도 저금리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해왔다.

최대 관심사는 추가 금리 인상 속도다. BOJ는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 시절인 2006년 3월 양적완화를 해제해 4개월 후인 같은 해 7월에 단기금리를 0.25%로, 2007년 2월에 0.5%로 인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BOJ가 연내 단기 금리를 0.25%까지 올리고 내년에 0.50%까지 목표로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상징적 의미가 강한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추가 금리 인상은 전혀 다른 논의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BOJ 내부 중론으로 알려졌다.

■바닥 친 엔화 상승?

시장의 눈은 벌써 통화정책 종료 이후를 보고 있다.

현재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0엔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시기를 조율 중인 상황에서 일본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엔화 가치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정책 수정은 일본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도 있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BOJ의 통화완화 조치와 엔저가 뒷받침하면서 일본 주식을 저평가주로 부각시킨 덕분이다.

아울러 정책 수정 이후 민간은행이 단기간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이미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출렁일 수도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정책 전환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통화정책 전망을 반영하는 2년물 국채수익률은 15일 한 때 0.2%까지 올랐다. 같은 날 재무부가 실시한 3개월물 국고채 입찰에서도 8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최고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닛케이는 "모두 시장 참가자들이 조기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 금리의 미래를 예상한 트레이딩이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은 이날 BOJ의 후지TV 프로그램에 출연해 "BOJ로서 여러가지 경제 지표를 보고, 최적인 결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 시기에 대해서도 "되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일본 경제가) 강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업의 임금인상이나 설비투자 등에서 강력하고 고무적인 움직임이 여럿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