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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업종에 '최저임금 차등적용' 뜨거운 감자 부상 [다시 돌아온 최저임금 시즌]

한은 보고서 업종 구분논의 불댕겨
사상 첫 1만원 돌파 여부도 관심
얼어붙은 노정관계에 난항 예상
새 공익위원 성향 가장 큰 변수

돌봄업종에 '최저임금 차등적용' 뜨거운 감자 부상 [다시 돌아온 최저임금 시즌]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올해 최저임금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뉴스1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조만간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올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설지도 주목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 이후 노정 관계가 계속해서 불편한 길을 걷고 있어 최저임금 논의 과정 역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통상 최저임금위는 4월 초 제1차 전원회의를 열어 안건을 보고·상정한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심의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한다. 저임금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매년 회의가 열렸지만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것은 8차례에 그친다. 고용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올해는 외국인 가사관리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돌봄 서비스 보고서'에서 국내 돌봄서비스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외국인 돌봄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제시하면서다.

다만 최저임금위는 이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모두 국적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자의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위 논의가 아니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임금차별을 허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은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이 고용·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 비준국이라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외국인 돌봄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위해 ILO 협약 비준을 철회할 경우 국제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현재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업종별로만 가능하다. 만약 최저임금위에서 돌봄업종에 대해 차등적용을 결정한다면 내국인 가사관리자 임금도 같이 삭감하거나 올려야 해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대에 올라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9620원)보다 2.5%(240원)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인상 폭이 작았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노동계는 올해도 최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용자 측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설 전망이다.

최저임금 심의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새 공익위원의 성향도 주목된다. 최저임금 수준은 노사가 늘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에 찬반 표결로 결정돼 왔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은 늘 키를 쥐고 있다.

위원 임기는 3년이며, 고용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올해 처음 윤석열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위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동계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나선다면 분위기가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이 나서야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불안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년 나오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논의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