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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채현일·허은아 '3파전'… 이슈는 경부선 지하화 [격전지를 가다]

(6) 서울 영등포갑
'국힘 입당' 김영주 "계속 일할 기회 달라"… 호감도 높은 인물
'당적 지킨' 채현일 "구청장 시절 추진력, 믿을 만한 일꾼" 강조
'국힘 탈당' 허은아 "민주당 후보 둘에 맞서" 제3지대 돌풍 노려

김영주·채현일·허은아 '3파전'… 이슈는 경부선 지하화 [격전지를 가다]

서울 영등포갑은 과거 보수와 진보 진영이 번갈아 가면서 선거 승패를 주고받은 만큼 이번 4월 총선에서도 초경합지로 분류된다. 다만 직전 19~21대에는 민주당 계열이 내리 3연승을 거뒀는데, 가장 큰 요인은 안정적 지역구 관리가 꼽힌다. 이번 총선에서 영등포갑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역인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평가 결과에 반발해 당적을 국민의힘으로 옮겨 출마하기 때문이다. 3선을 내리 따낸 지역구를 반드시 수성하려는 김 후보에 맞서 민주당에선 영등포구청장을 지낸 채현일 후보가 풍부한 단체장 경험 등을, 개혁신당 허은아 후보가 참신함과 양당제 그늘을 극복한 대안세력을 기치로 내걸며 김 후보라는 골리앗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

■지역구 3선의 튼튼한 입지 김영주

"김영주 의원은 국회부의장까지 한 무게감 있는 인물이다. 나머지 후보에 비해 이름값도 높고 당면한 지역 과제들도 여당 소속으로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6일 영등포시장 내 동남종합상가에서 50년 가까이 상점을 운영해 온 70대 신모씨는 인물론을 내세워 김영주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실제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영등포갑에서 내리 3선을 하며 지역구에서 튼튼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당내 현역 의원 하위 평가에 반발, 탈당한 뒤 국민의힘으로 소속을 옮겼다.

김 후보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비록 당적은 옮겼지만 지역구를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는 같은 날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영등포 지속발전을 위해 국민의힘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다"며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민심도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를 반영하듯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영등포구 주민과 정치권 인사 등 지지자 1000여명이 참석, 김 후보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등포 전통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최모씨는 "여기는 다양한 민심이 섞여 있지만 김영주 의원에 대한 호감은 다들 높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던 상인들도 김영주를 보고 국민의힘을 찍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 숙원사업을 꼭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 이에 총선 공약으로 △영등포역 경부선 지하화 우선 추진 △당산역 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단계별 추진 △영등포역, 도림고가 철거 병행 추진 등을 내걸었다.

■영등포 지역 일꾼 강조, 채현일

"채현일 후보 덕분에 영등포가 깨끗해져서 너무 좋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앞에서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만난 30대 여성은 "영등포는 채현일"을 외치며 지나갔다. 채 후보는 지난 2018~2022년 영등포구청장을 지낸 인물로, 주민들에게 지역 일꾼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채 후보는 지난 2019년 40여년간 불법 노점상으로 덮여 있던 영중로를 평화적으로 정비해 보행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영등포에 13년 거주했다는 20대 김모씨는 "구청장 할 때 영등포역 앞에 불법 노점들을 정비했고 성매매촌 운영도 중단시켰다"며 "여기 오래 살면서 이렇게 직접적인 행정 변화를 느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불법 노점 대신 합법 거리가게를 갖게 된 상인들도 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붕어빵을 판매 중인 한 어르신은 인사를 건네는 채 후보에게 "이제 안 춥지, 수도 나오지, 전기 나오지, (불법신고) 신경 안 써도 되지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다"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채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서남권 메가교통허브로 도약 △회색빛 공장도시에서 다채로운 문화도시로 △탁트인 영등포의 중단 없는 도약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엇보다 채 후보는 영등포역 경부선과 당산역 2호선의 철도 지하화를 통한 철도 주변환경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 숙원사업인 쪽방촌과 성매매집결지의 재개발 조기 완공도 추진할 계획이다. 채 후보는 "지역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일꾼이 되겠다"며 "구청장 때 봐주신 모습 그대로, 일 잘하고 뚝심 있고 추진력 있는 채현일을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진짜보수 천명 허은아

"국민의힘 당원인데 이번에 개혁신당으로 갈아탈 생각이다. 그런데 마침 허은아 후보가 우리 지역에 나왔다니 (누구를 뽑을지) 얼른 고민을 해봐야겠다."

지난 14일 저녁 퇴근길에 만난 30대 안상민씨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으로 유세를 나온 허은아 개혁신당 후보를 보고 반가움에 셀카를 요청했다.

개혁신당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낸 허 후보는 지난 1월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놨다. 개혁신당은 허 후보를 영등포갑에 전략공천했다. 허 후보는 상대적으로 늦게 공천을 받은 탓에 최대한 많은 주민에게 눈도장을 찍는다는 의지로 지역 곳곳을 뛰고 있다. 거대 양당제의 폐해 극복을 위한 대안 후보임을 집중 부각시켰다. 특히 허 후보는 경쟁 상대들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두 분이 나왔다"며 "진짜 보수 허은아를 뽑아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허 후보의 도전은 제3지대로서 기성정치에 얼마나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평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70대 부부는 허 후보를 지지한다며 "우리는 국민의힘, 민주당 둘 다 좋아하지 않는다. 믿을 수가 없다"며 "다른 정당이 힘을 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40대 여성은 음식점에서 허 후보를 만나 "다시 국민의힘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지만, 허 후보는 "안 간다.
그럴 거였으면 벌써 갔다"고 제3정당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선거캠프 측은 총선 공약으로 △경부선 구간, 뉴욕 파크애비뉴와 파리 리브고슈처럼 △영등포런(Learn), 교육을 강남 수준으로 △문래동 문화메카 조성해 경제 활성화 등을 내걸었다. 허 후보는 "소신있는 허은아가 당당한 영등포, 매력도시 영등포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ming@fnnews.com 전민경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