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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장사에 주가부양은 남의 일일까

[기자수첩] 상장사에 주가부양은 남의 일일까
이주미 증권부 기자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 없다."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던 한 기업의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해당 기업 대표의 이 한마디에 분위기가 일순간 싸늘해졌다. 상장 이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주가에는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대답한 것이다. 대표는 "실적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실적이 상승하면 주가는 자연스레 오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초로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과 경영내역을 공개하며 주주들을 모으는 IPO 과정에서 대표의 이 같은 태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주가상승 조건에는 실적성장세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주가부양에 무관심하고, 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데 인색한 것 등 주주에게 소홀했던 상장사들의 모습이 지금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낳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주주가치 제고는 항상 뒷전으로 밀어뒀던 상장사들의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그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주주들은 우선시되는 요인이 아니었다. 한국형 소유집중 경영체제, 즉 오너경영이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높이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했다. 가족 소유와 통제로 이뤄지는 재벌이라는 독특한 소유 및 지배구조 개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단계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달 말 공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의 비판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스스로 주가부양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정작 상장사들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꿀 만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향상을 북돋울 인센티브나 페널티의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강화 등의 방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이 30년 만에 증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던 것에는 거버넌스 개혁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 도쿄거래소 주도로 시작된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4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2015년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내놓으면서 탄력이 붙었다.
수십년 동안 이뤄진 개혁 준비로 상장사들의 체질개선과 인식전환을 이끌어냈고, 결국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도 7년 만에 스튜어드십코드를 개정해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노력을 독려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이 지배구조 개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길 바란다.

zoom@fnnews.com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