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뎅기열 토착화 위기감 커져
질병청 뎅기열 국내유입 사전 차단 시스템
"공항과 항만 통한 유입, 검역으로 막는다"
【제주=강중모 기자】 뎅기열은 숲모기류를 매개로 전파되며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인 온난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토착화되지 않았지만 지구온난화 지속으로 더이상 국내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2014년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해외여행력이 없는 사람들이 뎅기열에 감염되는 등 토착화 현상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전에 뎅기열 유입을 막지 못하면 국내 토착화를 피할 수 없다.
질병청 "뎅기열, 공항에서 원천 차단"
검역관 역할을 수행하는 기자가 제주국제공항 검역대에서 유증상자 역할을 맡은 질병관리청 국민소통단 단원에게 검역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질병관리청은 지난 14일 제주국제공항과 강정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뎅기열 검역 시스템 및 검역 과정을 출입기자단과 국민소통단에게 소개했다. 제주는 한국 최남단 지역으로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지역으로 뎅기열 검역 및 방역의 최전선이다.
18일 질병청에 따르면 뎅기열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뎅기열 조기 발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해외감염자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인 공항과 항만에서 미리 차단하는 방어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지영미 질병청장과 기자들은 직접 검역관과 유증상자 역 등을 맡아 실제 상황을 가정한 검역 과정을 체험했다.
기자들은 뎅기열 유행국가인 대만에서 온 비행기에서 내린 입국자를 가정해 제주공항 2층 검역대에 대기줄에 섰다. 검역대 대기장소에 설치된 배너의 QR코드를 통해 질병청의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큐코드)'에 접속한 뒤 이름, 여권번호, 상세주소, 체류이력 등 개인정보와 아픈 곳이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입력하며 대기했다.
대기 순서대로 검역대로 가니 검역대 우측 상단에 위치한 열 감지 카메라가 체온을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큐코드 QR코드를 검역대에 설치된 리더기에 입력했다. 직접 체험을 한 기자는 유증상자가 아닌 정상 입국자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열 감지 카메라 모니터에는 정상을 의미하는 녹색으로 표현됐다.
뎅기열 유증상자 역할을 맡은 기자는 체온이 37.5가 넘는 것을 가정했기 때문에 카메라 모니터에 몸 부위가 붉은색으로 표시됐고, 정확한 체온을 재기 위해 고막체온 측정기로 2차 체온 측정을 진행했다. 고열이 확인된 유증상자는 곧바로 검역조사실로 이동, 검역관으로부터 검사 안내를 받은 뒤 공중보건의사(공보의)에게 갔다. 공보의는 유증상자의 손가락에서 채혈해 뎅기열 항원·항체 두 가지 신속진단키트로 양성여부를 확인했다. 지 청장도 직접 검역관 복장을 하고 유증상자에게 검사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 양성판정을 받은 유증상자는 격리관찰실로 이동했다.
낭광수 국립제주검역소 제주공항지소장은 "뎅기열은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고 수혈이나 국내의 경우 흰줄숲모기를 매개로 전파된다"며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도록 하고 해당 주소지 보건소에 양성자 정보 및 검사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검역 절차 없이 배에서 1명도 못내려
이날 오후 강정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중국의 16만8000톤급 초대형 크루즈 여객선이 입항해 실제 검역을 대기하고 있었다. 선박 검역 역시 공항과 유사한 절차로 진행되며 검역이 끝나야 '하선명령'이 내려지기 때문에 해당 선박 내 어떤 사람도 검역 절차 도중이 선박을 떠날 수 없다. 강정항에서의 검역은 검역관들이 직접 승선 방식으로 진행됐다.
취재진은 검역관, 지 청장과 함께 승선해 선박에 상주하는 말레이시아인 선의의 서면보고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선박에는 4700여명의 승객이 승선했고 이들 중 인플루엔자A형 1명, 코로나19 2명, 설사 2명이 보고됐다. 뎅기열 유증상자는 없었다.
검역관들은 선의를 인터뷰한 뒤 주방 조리시설과 식료품 창고에 대한 위생검사를 실시하고, 쥐의 배설물 등 감염병 매개체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다행히 감염 유발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확인될 경우 검체검사가 진행된다.
현장 검역관은 "강정항에 정박하는 크루즈선은 체류 시간이 8~9시간에 불과하고 보통 일본이나 중국 상하이로 향하기 때문에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선내에서 치료한다"며 "현장 확인에서 문제가 없다면 하선명령이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하선명령이 내려지자 크루즈 내 승객들이 줄을 지어 배를 내렸다. 이들은 검역대를 거치며 제주공항에서와 같이 발열감시를 받고, 발열자가 인지될 경우 고막체온 측정 등 절차를 동일하게 거친다.
뎅기열 유증상자는 고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제주공항이든 강정항에서든 피부 표면을 모니터링하는 1차와 2차 고막체온 측정을 지나쳐 통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제주에서 실시되는 뎅기열 감시 시스템은 다른 공항과 항만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질병청은 지금과 같은 검역시스템이 잘 작동할 경우 급속한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뎅기열 토착화는 50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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