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MOU 체결
도요타·中 전기차 견제
日언론 "100년 자동차 산업구조 재편할 사건될 수도"
"기업문화 다른 양사, 협업 잘 될지는 미지수"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1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2·3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전기차(EV) 분야에서 협력해 도요타자동차의 독주를 위협하고 값싼 중국산 EV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혼다와 닛산은 EV 차량 소프트웨어(SW) 등에서 포괄적 협업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EV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차량에 탑재하는 SW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양사는 완성차 공급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혼다와 협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통념에 얽매이면 경쟁할 수 없다"며 "신흥 세력 등이 참여하면서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가 달라졌다. 개별 기업이 전동화와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도 "가솔린 차량을 생산하면서 확보한 강점으로는 향후 EV 경쟁에서 싸울 수 없다"면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점이며 (양사의 협력은) 생산 효율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는 기술 협력에서 더 나아가 자본 관계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 완성차 1위 업체인 도요타는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을 비롯해 스바루, 마쓰다, 스즈키와 완성차 공급, 기술 개발에서 협력해 왔다.
하지만 혼다는 오랫동안 독자 노선을 걸어왔고, 닛산은 일본에서 미쓰비시자동차와만 협력했다.
혼다는 북미 시장에 강점이 있고 닛산은 유럽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양사는 보완 관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력은 '도요타 1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사건으로 일본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자동차 업계는 중국과 미국, 유럽 업체보다 EV 전환이 늦었다"며 "일본 2·3위 업체의 협력 추진은 100년에 한번 일어난다고 하는 자동차 산업 구조 전환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빠르게 입지를 강화하고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2023년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혼다와 닛산은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생산 능력을 최대 30%까지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양사의 협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나카니시 타카키 나카니시 자동차 산업 리서치 대표 애널리스트는 "합리적인 동맹이지만 너무 오래 걸리고 늦었다"며 "기업문화가 다른 양사가 협업 범위를 얼만큼 넓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기업문화가 다르고 재정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사의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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