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성공한 푸틴, 대선 승리 직후 기자회견
"우크라가 시간벌기 대신 진정성 있게 평화 원화면 대화 가능"
점령지 안에 완충지대 건설 언급, 우크라 강력 반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5선 성공으로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2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우크라가 장기적인 평화를 유지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조건을 달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은 대선 다음날인 18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 마련된 자신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 전쟁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적들의 탄약이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평화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우크라 군사 지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국은 올해 초부터 예산 고갈로 우크라에 탄약과 무기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WSJ는 서방 정보기관들을 인용해 현재 전선에서 러시아가 10발의 포탄을 사격할 때마다 우크라가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은 2발 수준이라며 우크라의 무기고가 바닥났다고 지적했다.
전날 대선에서 87%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5선에 성공한 푸틴은 “우리는 우크라가 진심으로 진지하게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할 생각이 있고, 두 국가 간에 좋은 이웃 관계를 형성하고, 재무장을 위해 1년 반에서 2년 동안 휴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협상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WSJ는 푸틴이 일방적인 조건을 들이밀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을 염두에 두고 말하자면 우리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현재 우크라 정권의 영토에 특정 완충지대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우크라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성명을 내고 푸틴의 완충지대 언급에 대해 "전쟁이 확대될 뿐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러시아가 다른 국가의 절대적인 주권을 고려하지 않아 현대 사회·정치적 관계에서 공존할 준비가 안 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8일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중국 정부의 리후이 유라시아 사무 특별대표, 장밍 상하이협력기구(SCO) 사무총장과 만나 우크라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15~17일 진행된 러시아 대선의 참관인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를 방문했다.
라브로프는 우크라 전쟁에 대해 "러시아는 협상을 통한 해결에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우크라 정부의 평화 홍보 활동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스위스는 지난 1월 우크라의 요청으로 세계 정상들이 참여하는 우크라 평화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약속했으나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중국 역시 해당 논의에 참여했다. 스위스와 중국 관계자들은 해당 행사에 러시아 초청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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