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선 속초시장이 지난 19일 시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속초시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속초시 제공
【속초=김기섭 기자】 "더 이상 과거 60년의 영광에 머물지 않겠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새로운 생각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미래도시 속초시의 100년을 준비하겠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지난 19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Go EAST, 동행 속초'라는 슬로건과 함께 혁신 행정 계획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듯이 동서고속화철도가 2027년 개통되면 동해안으로 오는 길은 속초로 통할 것"이라며 "과거를 영광을 버리고 날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속초시 미래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이어 "미래 글로벌 관광도시로 가는 길은 속초시의 힘만으로는 안된다"며 "속초를 찾는 연간 2500만명의 관광객과 정부, 강원자치도, 속초시민이 함께 동행을 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병선 속초시장과의 일문일답.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앞으로 3년 남았다. 어떻게 준비하나.
▲2022년 10월 속초에서 동서고속화철도 착공식이 열렸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실시설계를 모두 마쳤고 올해 안에 실제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2027년 예정대로 개통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속초시는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에 맞춰 속초역 주변 역세권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속초시는 2022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거점육성형 투자 선도지구’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역세권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있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위한 용역을 올해 상반기에 착수할 예정이다. 철도라는 새로운 광역 교통망과 연계한 역세권 개발을 통해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하려고 한다. 인구 8만의 도시가 연간 250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갖출 것이다.
―환동해 물류관광 거점도시에 대한 비전은 뭔가.
▲지난해 속초항 크루즈 입항이 4년 만에 재개됐다. 또 11월에는 속초항을 모항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오가는 오리엔탈펄6호가 취항했다. 북방항로가 10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이번 재취항으로 속초시가 환동해 물류관광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은 갖췄다. 하지만 마중물 역할이지 대대적인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동해신항 개발이 본격화되고 강릉 옥계항의 복합물류항 개발도 추진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도 여전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속초시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지난 5일 김진태 도지사를 방문해 속초항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항로 운영을 위해 항만관리주체인 강원특별자치도가 속초국제여객터미널을 매입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결실을 맺게 된다면 속초항은 영동권 항만 중 크루즈, 카페리 항로를 동시에 운항하는 유일한 국제항만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동해안 명소였던 설악산 입구 설악동은 여전히 침체됐다. 개선책이 있나.
▲매년 2500만명 이상 방문하는 관광도시지만 낙후된 설악동 지역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그래서 2020년부터 6년간 264억원을 투자해 설악동 재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는 설악동 B지구 주차장 내 설악산을 모티브로 한 화장실을 준공해 이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설악산의 비경을 지상 7m 높이에서 산책하며 특색있게 감상할 수 있는 총 연장 864m의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가 준공된다. 또 기존 산책로 1㎞를 정비해 B지구와 C지구를 연결하는 3㎞의 순환형 산책로도 조성되고 있다. 설악동 C지구 유휴부지를 활용한 소공원을 조성하고 설악동 방문객에게 자연 속의 쉼터를 제공하는 한편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창출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설악산 관문에 위치한 노후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침체 분위기를 벗겨내고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산업 거점시설로 육성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밖에도 달마봉 탐방로 개발, 설악동 미술거리 조성, 산림휴양형 워케이션 프로그램 확대 등 설악동 지역주민과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설악동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현재 해안권 중심의 속초 관광산업이 내륙으로 분산되면서 바다와 산악이 모두 균형감 있게 발전하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이 전국우수시장박람회를 유치했다고 들었다.
▲전국우수시장박람회는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참여해 우수한 상품을 전시하고 홍보, 판매하는 전통시장 관련 최대규모 행사로 올해 10월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청호동 3만5000㎡ 항만부지에서 열린다. 속초시는 올해 총 15억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 박람회로 꾸밀 예정이다. 이번 박람회에 전국에서 상인회 180곳 이상이 참가하고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전국 제1의 관광도시인 속초시와 전국 최고의 전통시장인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명성을 더 많이 알리겠다.
―지난해 말 문화도시 후보지로 지정됐다.
▲속초시는 급속하게 팽창한 관광도시 성장 이면에 문화적 소외를 경험한 지역주민이 있다. 그래서 이들을 포함한 강원권 주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특성화사업을 제시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기 위해 '영감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문화도시 속초'를 목표로 설정했으며 도시의 문화를 찾고 누리기 위한 속초다움의 발견, 창조 커뮤니티 구축, 문화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창의경제 영감비지니스 활성화, 글로컬 문화 확산 등을 세부 목표로 세웠다. 문화가 지역주민의 삶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산과 바다, 호수, 온천이 있는 천혜의 자연을 갖춘 속초가 이제는 관광과 문화가 합쳐진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성과가 많은데 올해 다시 2차 조직개편에 나선다.
▲미래 100년의 지속발전 가능한 글로벌 관광도시로 대도약할 수 있으려면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지난 1차 조직개편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2차 조직개편에 나서는 것이다. 2차 조직개편은 민선 8기 목표 달성을 위해 지역관광 수요와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한 글로벌 관광도시 인프라를 확충하고 더불어 다가올 생활인구시대를 대비하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행정관리 업무의 전문성을 위한 국 체제 개편, 공공과 민간영역 빅데이터 관리기능 통합, 미래 관광과 문화 수요에 대응하는 전문조직 개설, 도심지 개발 분야와 시민욕구 신속대응을 위한 기능 강화 등 4개 분야에 대한 단계별 적용 방안을 마련했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조직개편안을 수정, 보완한 후 최종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의회 보고와 조례 개정 등 행정절차를 거쳐 올해 7월 적용할 계획이다. 속초시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해 2차 조직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뭔가.
▲미래 100년을 위한 탄소중립 선도도시 완성을 위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지역 특성상 설악산 국립공원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탄소흡수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기존 흡수원에 의존하지 않고 탄소배출권 지분을 확보하는 등 관광탄소 줄이기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종이 없는 행정환경 만들기, 대규모 전기차 충전 인프라인 속초스테이션 구축, 관광숙박시설 대상 넷-제로 경진대회 확대, 폐현수막 활용 '속초 굿즈' 만들기, 재생에너지 확충사업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속초시는 탄소흡수원의 지속적인 개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탄소중립생활실천 확산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 제일의 탄소중립 관광도시로 거듭 발전할 것이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