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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 '독'이 되는 과도한 배당, 신용도 흔든다

[파이낸셜뉴스] 모회사의 과도한 배당으로 자회사의 신용도가 위협받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의 배당이 재무건전성 저하는 물론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쌍용C&E에 대해 대규모 배당 지출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는 이유를 들어 신용등급 A0를 유지하는 대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쌍용C&E는 2016년 한앤코시멘트홀딩스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분기별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배당규모가 분기당 500억원, 연간 2000억원을 웃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쌍용C&E의 완전자회사 편입 및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쌍용C&E는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약 335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1800억원을 단기차입했다. 지난 14일에는 연 5.5%의 표면금리로 3년 만기 사모 회사채(300억원)를 발행하기도 했다. 쌍용C&E의 부채비율은 180%를 넘고, 차입금 의존도는 46%로 상승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도에 대해 경고하자 쌍용C&E는 올해 1·4분기 배당을 취소키로 했다. 당초 결산배당으로 주당 70원, 총 345억원의 현금배당을 지급카로 결의했으나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업계는 배당정책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의 특수성, 채무 및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배당정책 변동 등으로 인해 쌍용C&E의 재무부담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 한국투자캐피탈도 배당으로 신용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 12일 1150억원의 결산배당을 공시했다. 한국투자증권도 4003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자회들로부터 배당을 받아 약 1551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제외하면 약 3600억원의 현금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 같은 모회사의 배당 수취가 한국투자캐피탈의 신용도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결산배당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투자캐피탈 자기자본의 약 12%에 해당한다.

한신평 위지원 실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잠재적 부실 위험을 고려할때 이번 배당에 따른 자본완충력 저하는 한국투자캐피탈의 신용도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 부담이 확대될 경우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천NCC도 과도한 배당이 '독'이 된 경우다. 지난 2018~2021년 여천NCC의 연 평균 배당금 지급액은 약 4000억원에 이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프타분해시설(NCC) 확장과 부타디엔(BD)공장 신설로 차입금이 늘었다. 결국 여천NCC는 실적 악화가 본격화된 2022년 이후 배당을 멈췄다.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9659억원에 이른다.

일부 기업의 과도한 배당은 신용평가사의 모니터링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키로 하면서 한신평은 SK렌터카의 배당정책 변화에 주목했다.
SK렌터카가 대규모 배당을 실시할 경우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0년 9월 SK E&S가 5048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자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간배당 가운데 약 4543억을 최대주주인 SK(지분율 90%)가 가져간 점을 지적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