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 임금인상이다.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 임금인상률을 기반으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했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십수년간 제자리걸음이던 일본 기업 임금은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임금인상이 확산하고 있다. 기본급은 물론 연봉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초임 연봉도 이미 큰 폭으로 올랐던 지난해를 웃돈다. 일본은행이 임금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이유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선 인력부족으로 '구직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인구 감소와 기업채용 확대가 맞물리면서 일할 사람이 모자란 상황이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던 임금상승률은 고물가를 타고 지난해부터 꿈틀했다. 지난해 일본 기업 전체 초봉 인상률은 2.84%로, 30년 만에 2% 이상 올랐다.
또 지난해에는 금융, 건설, 게임 등 초임 인상 업계가 한정됐지만 올 들어서는 제조업과 유통업 등 폭넓은 업종에서 임금이 오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인력난이 심한 외식업계의 적극적인 인상이다. 왕장푸드서비스는 대졸 초임을 5만2000엔 인상해 27만8500엔, 젠쇼홀딩스는 2만8000엔 올린 27만8000엔으로 맞췄다. 30만엔대로 올린 기업도 있다. 하세코퍼레이션은 4만5000엔 인상한 30만엔, 캡콤은 6만5000엔 올린 30만엔에 초임이 형성됐다. 30만엔은 대형 상사와 동등한 수준이다.
회사들이 특히 초봉에 공을 들이는 건 기존 입사자 시장과 달리 신규 졸업자 채용은 경쟁 시장이고, 이들의 전직 의향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대졸 인원수는 감소하는데, 채용경쟁이 격화되면서 초봉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초봉 인상은 임금구조 자체를 바꾼다. 초임을 대폭 인상하면 기존 직원과의 임금 차이가 거의 없어지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 기업들은 임금곡선 왜곡을 시정해야 하고, 이는 전체 임금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연공 중시의 기존형 임금커브를 재검토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 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5~29세의 임금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것에 비해 30~34세는 1.9% 증가, 35~39세는 0.7% 증가로 신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초임의 대폭 인상을 계기로 기본급 배분이 바뀌면서 연공임금으로부터 탈피가 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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