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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탈퇴 논란 해명 "협상 전술이었다...100% 잔류 가능"

트럼프, 英 우파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나토 탈퇴 발언 해명
다른 회원국에서 방위비 받아내기 위한 협상 전술이었다고 주장
회원국들이 방위비만 제대로 내면 "나토 100% 잔류" 강조
나토, 내는 돈에 따라 방위 혜택 달라지는 동맹될 수도
푸틴의 바이든 선호 발언에는 "푸틴은 내 팬 아냐"

트럼프, 나토 탈퇴 논란 해명 "협상 전술이었다...100% 잔류 가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투표를 마친 뒤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재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꺼내 들며 다른 회원국에 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약 8개월 앞두고 압박 강도를 다소 낮췄다. 그는 회원국들이 돈만 제대로 낸다면 100% 지켜주겠다고 장담했다.

트럼프, 돈만 제대로 내면 "100% 나토 잔류"
트럼프는 19일 저녁(현지시간) 영국에서 방송된 GB뉴스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인터뷰는 친(親)트럼프 인사인 동시에 대표적인 극우 진영으로 알려진 나이젤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대표가 진행했다.

이날 패라지는 트럼프에게 지난달 러시아 관련 발언에 대해 물었다. 트럼프는 지난달 10일 대선 유세에서 대통령 재임 당시 유럽 나토 회원국 지도자 중 한명과 대화한 일화를 소개했다. 트럼프는 상대방이 "우리가 돈을 내지 않아도 러시아에게 공격받으면 미국이 보호하느냐"라고 묻자 "당신이 체납자라면 보호하지 않겠다.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19일 해당 발언에 대해 “협상 전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왜 우리가 부자 국가들을 보호해야 하나? 미국이 나토 비용의 대부분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임기 초에 나토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상황을 보고 당신들 모두 내야할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그리고 나는 나토와 두 번째 만났을 때 회원국들을 강하게 압박했다”며 “이에 나토의 주요 국가 대표 중 하나는 당시 미국 포함 28개국이었던 나토 회원국들 앞에서 내게 질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해당 대표가 “만약 우리가 우리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우리를 러시아로부터 보호할 것이냐?”라고 물었다며 “나는 해당 질문에 “연체하겠다는 뜻인가?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는 건가? 우리는 당신이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당신을 방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수천억달러의 돈이 흘러들어왔다”며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

트럼프는 “나는 미국이 나토 지출의 90% 이상을 지출한다고 믿는다. 이건 100%가 될 수도 있었다. 이는 가장 불공평한 일이며 나토는 우리보다 다른 회원국들에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서양을 암시하며 러시아의 위협이 미국보다 유럽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우리에게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대양이 있다. 나토는 다른 (유럽) 회원국들에 더 중요한 문제고 그들은 이를 이용할 것이며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패라지는 트럼프에게 “미국은 만약 다른 회원국들이 공정한 태도를 보인다면 나토에 잔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트럼프는 “그렇다. 100%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나토 탈퇴 논란 해명 "협상 전술이었다...100% 잔류 가능"
지난 2019년 12월 4일 영국 왓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가 나토 정상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뉴스

내는 돈에 '서비스' 달라지는 동맹 가능성
나토에 따르면 지난해 나토의 방위비 지출액은 1조3000억달러(약 1739조원)였으며 이 가운데 약 68%에 달하는 8600억달러(약 1150조원)가 미국 돈이었다. 독일은 2번째로 많은 681억달러를 냈지만 미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서 나토 회원국 장관들은 지난 2006년 합의에서 모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달하는 돈을 나토 방위비 분담금으로 내자고 합의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2% 약속을 지킨 국가는 31개국 가운데 11개국에 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말 기준으로 2% 지출을 지키는 국가가 18개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2017~2018년 사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맡았던 키스 켈로그는 지난달 13일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 가운데 2%의 분담금을 내지 않는 회원국을 나토 헌장 5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는 켈로그를 정책 고문으로 소개했으며 차기 정부에서 직책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나토는 헌장 5조에서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을 경우 나토 전체가 개입하는 집단방위를 규정하고 있다. 켈로그는 나토 회원국에 자체적인 방위를 위한 예산 확보 노력을 강조한 헌장 3조가 준수되지 않을 경우 집단방위를 담은 5조가 자동으로 적용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가 나토 헌장 준수를 토대로 '계층화된(tiered) 된 동맹'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나토 회원국들이 내는 돈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하다는 서방 언론들의 주장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푸틴은 지난달 14일 러시아 국영 로씨야1 방송 인터뷰에서 차기 미 대통령이 누가 되어야 러시아에 이롭냐는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달리 재임 기간에 푸틴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푸틴은 질문에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푸틴은 “바이든은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라며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해당 발언에 대해 “푸틴은 내 팬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나토 탈퇴 논란 해명 "협상 전술이었다...100% 잔류 가능"
지난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과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