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후베이성 황스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천쉬위안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이 1심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CCTV 웹사이트 뉴스1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에서 10개월 째 구속 상태인 한국 국가대표 손준호의 사법 처리 문제도 속도를 낼까"
최근 중국 축구협회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 조사와 법원 선고가 속도를 내면서 10개월 째 중국에서 구속 상태인 손준호 선수에 대한 처리 여부가 속도를 낼 지 관심이다.
20일 중국 왕이망 등에 따르면, 산둥성 더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8일 축구협회 부주석(부회장)을 지낸 왕 전 교육부 체육위생·예술교육사 사장(국장)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위안(약 9억3000만원)을 선고했다.
왕 전 부주석은 초중고 및 대학의 축구 교육과 관련 프로젝트 및 행사 등을 이용해 총 4670만여위안(약 87억원) 상당의 공공재산을 편취하고, 66만여위안(약 18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이다.
이번 결과는 그가 교육부 재직시절 저지른 범죄에 대한 단죄지만,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 고리를 끊기 위해 중국 사정당국이 벌이고 있는 고강도 사정 작업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2년 중국 사법 당국의 축구계에 대한 사정 작업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체포된 축구계 지도급 인사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축구협회 부주석을 엮임했다. 구속 직전인 2022년 8월 전까지 중국 청소년축구연맹 사무국 부주임도 맡았다.
2022년 말부터 본격화된 축구계 사정 작업속에서 손준호 선수가 소속된 산둥 타이산의 감독·선수들도 승부 조작 혐의로 대대적인 조사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손 선수도 구속됐다.
손 선수는 지난해 5월 12일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연행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 뒤 공안당국은 6월 17일부로 구속 수사로 전환한 상태이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손준호 측과 영사 면담을 지속하고 있고, 중국 측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의 신병 처리 문제는 10개월이 되도록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새해 들어 중국 사정당국은 축구계의 부패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사법 처리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10개월 동안 처벌 수위나 처리 방향이 오리무중속에 있는 손 선수의 신병 문제가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초 리톄 전 중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중국중앙TV(CCTV)에 나와 뇌물 수수 여부를 고백하는 인터뷰를 했다. CCTV의 부패 척결 다큐멘터리 '지속적인 노력과 깊이 있는 추진'이란 프로그램으로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등이 CCTV와 공동 제작한 프로였다.
이 프로는 축구계의 부패와 뇌물수수 문제 등에 대한 보다 철저하게 조사하고 단죄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 들여졌다.
리 전 감독은 프로에 나와 중국 프로리그인 슈퍼리그 우한 줘얼 감독 시절, 구단을 통해 천쉬위안 전 중국 축구협회 주석에 200만위안(약 3억6000만원)을 건넨 사실 등을 고백했다. 그 뒤 국가대표팀을 맡은 리 전 감독은 우한 줘얼 구단으로부터 따로 금품을 받고 실력이 떨어지는 소속 선수 4명을 대표팀에 발탁한 사실도 밝혔다.
그 직후인 1월 말 열린 공판에서 천쉬위안 전 주석은 8103만위안(약 150억8000만원) 규모의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당시 후베이성 함닝시 검찰 당국은 리톄 전 감독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중국 축구계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 사정 작업은 축구애호가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커다란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무게를 두고 있는 부패 척결의 커다란 틀 속에서 국민적 관심까지 끌고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내외국인을 가릴 것 없이 엄정한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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